부처님 오신날 동네 뒷산 해발600미터 중턱에 있는 절에 올랐다.
딸아이와 집사람과 같이 셋이서 산속 선선한 바람이 좋다.
연등이 주렁 주렁 달린 큰 절과는 달리
간간이 걸린 연등이 헐빈한 느낌을 준다.
옆 사람은 절살림 살이를 걱정 한다.
100일 짜리 등을 달고 비빔밥을 먹고
챙겨주는 떡 봉지를 들고 내려오는 오는 길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집사람은 졸고 있다. 차철에는 항상 잠이 모자란다.
덜컹, 덜컹, 쿵 하더니 차 지붕위서 뭔가가 떨어져서
앞유리 창 윈도브러쉬에 걸린다. 차를 세우고 보니 다름 아닌 가위다.
"좋은 가위다" 집사람이 가위를 들고 들어왔다. 옛날 어머니들이 쓰던 재봉가위 같다.
누군가 차 지붕위에 얹어 놓은 모양이다. 차 지붕위에 한참을 있었는지 녹이 약간 슬었다.
"부처님 오신날 하늘에서 가위를 내려주셨는데 무슨 뜻일까?" 뭔가 의미를 찾으려 운을 띄우자
딸아이가 말한다.
"뭔가를 자르란 말이에요!"
오!! 뭔가 가슴에 확 와 닿는 말이다.
안그래도 일이 자꾸 많아져서
일상이 조금씩 엉켜가는 느낌이 들고 있는 차에 말이다.
우선은 백미러를 보며 삐져 나온 코털을 깍아 보니
가위는 좋은 가위인것 같다.
" 더러!" 두 여자가 눈살을 찌푸린다.
올 초파일 기도는 삶을 조금 단순하게 정리하는 걸로 해야겠다.
집에 와서 보니 마루에 막내 우성이가 어제 절에 가서 만든 연등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연등에다 파란 만년필로 소원을 적어 놓았다.
중간고사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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