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고3입니다.
수능시험은 이미 봤고, 내일 서울로 논술시험을 보러 갑니다.
저번주에도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아들과 함께 시험을 보기 위해 동행하다 보니 30년 전
아버지와 함께했던 대입시험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시의 부모님들이 다 그랬습니다.
뼈빠지게 농사지은 돈으로 학비대면서
자식을 통해서 자신의 크고 작은 원을 풀고 싶기도 하고
자식만큼은 고생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 출세하기를 바랬습니다.
그 바램을 저버린 나는 과연 내 아들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가 되묻게 됩니다.
언젠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가끔씩 가슴 떨리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그런사람이 되기를
우리 아이에게 바랬습니다.
우리 아들은 현재까지 지리산 구석에서 진짜 촌놈으로 살았습니다.
도회지 한가운데 가면 나도 아들도 촌티가 풀풀 나는데,
아들놈이 운이 좋아 서울 어디 대학에 가더라도, 저 순진한 놈이 적응이나 할까 걱정이 앞설 뿐입니다.
지하철을 열 번도 못타봤으니....
지가 살아 온 곳을 '촌구석'이라며 언젠가는 도시문명의 세계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들.
당장의 도시적응도 걱정이지만 스스로 느끼는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지가 더 걱정입니다.
잘 적응해서 활개치고 살면 다행이고,
설사 지가 지치고 힘들 때, 맘편히 돌아 올 곳은 내가 여기 준비해 놓고 있으마 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행복하고 감사한 나의 일상, 내 주변을 돌아 볼 뿐.
더 이상 해 줄게 없지만 아들! 실패해도 걱정마. 언제든 여기서 반겨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