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막내 초등학교 졸업식이다.
세 아이가 같은 학교를 다녔으니 학부모로서 제법 오랜 시간 초등학교에 적을 두었다 .
11년 정도 되었나 보다.
초등학교 학부모로서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셈이다.
아이들은 화초마냥 무럭 무럭 자란다.
우리도 그렇게 스스로 자라고 있음을 느끼며 살았던 기억이 생생하지만
세월은 그 느낌보다는 훨씬 더 지났다.
요즘 읍내 어느 한의원에 다니면서 새삼 지난 세월속의 묵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 저러한 몸의 이상들은 살아오면서 맺혀있던 마음의 응어리, 상처 들과 무관하지 않다며
한의사는 지난 일들을 하나 하나 꺼집어 내서 바라 보라 한다.
겨울 동안 집안팎을 정리하며 꺼내 보는 물건 들처럼,
(그 때 무슨 생각으로 이것을 장만했었지, 이건 누가 준 물건이었지, 어! 이게 여기 있었네!,
이건 결국 버려야겠어............)
살면서 겪은 여러 일들이 여전히 내 마음속 어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음을
깨닫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잠재의식은 과거의 일이지만 언제나 현재형으로 내 몸과 마음에 작용한다는
그 한의사의 말에 공감한다.
버리고 털어내야 할 것들과
지키며 닦아 나가야 할 것들을 생각한다.
그럴 만큼 약간은 묵은 세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