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락눈이 변하여
제법 게걸스럽게 봄비가 주적주적 거린다.
달빛도 별빛도 없는
창너머 검은 대지에 빛소리만 요란하다.
그러나 저러나 낮에 보았듯이
봄은 뭉글 뭉글
꽃으로 싹으로 붉게 푸르게
여기 저기 눈가는 곳마다 고물 고물 피어나고 있다.
섬진강 지리산은 지금
봄이 오는 짐작만으로도
눈물나게 가슴설레이 아름답다.
섬진강,지리산은 그렇게 삶을 누리기에 충분한 곳이다.
또 한 켠의 지리산 골짝에서는
인생에 실패한 이들이 여기 저기
가슴 아린 한 숨을 파묻고 있기도 하고
꺼져가는 시한부 삶의 불씨를
후후 불며 되살리려는 애닳는 몸부림도 있다.
아마도 늘 그랬을 것이다.
피고 지고, 밝고 어둡고.
밝고 피어나는 생의 한 비탈에 서 있는 자들이여.
열심히 꽃으로 빛나고
열매는 나눌 일이다.
봄비 그치면
꽃샘 추위, 황사가 온다지만
내 생의 봄날은 언제나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