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길들여지는' 데에 익숙해 있다.
너무 익숙해 길들여지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자신의 의지나 각성에 기인하지 않은
가치관과 관습이 몸에 베인다.
그렇게 '주어진' 것들이 광범위하고 무감각하게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얼마전 태풍 무이파가 이곳을 지나갔다.
정전이 되어 밤을 보내야 했다.
다음날엔 마을 상수도가 끊겼다.
물이 없이 반나절을 지내야 했다.
전기가 끊기면 밤이 장님처럼 불편하고 음식도 상하고
보일러도 작동이 안되니 샤워도 할 수 없으며 책도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수도가 끊기니 먹을 물이 없고 씻지도 못하고 변도 못본다.
물이 안나오면 변을 볼 수 없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길들여진다는 건 이런 것이다.
마냥 편안한듯 하지만 그 상황이 깨어지면 허둥지둥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하는 것.
음식은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져 나온다.
된장, 간장, 식용유 , 고기,음료수,견과류....
그렇게 우리 입은 길들여진다.
필요한 물건들은 가까운 곳에서 바로 싸게 구입해 사용하고
휴지통에 버리면 된다.
물건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과정과 결과 같은 건 염두에서 사라져간다.
누군가 어디서 책임지는 사람과 법규정이 있을 테니까.
아이들의 미래는
취직의 좁은 문에 맞춰져 있다. 의사,검사,공무원 ,교사,연예인....
아이들이 꾸는 꿈도 길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자기와는 맞지 않는 헛된 꿈일 뿐이다.
학습과정과 내용과 방향이 입시제도에 따라 춤을 춘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
우리를 길들이는 큰 틀들은
순간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미래의 '안정' 암시한다.
편리함과 안정이라는 이미지로 사람들을 길들이는 아주 큰 이 울타리는
제도와 법이라는 뼈대와 미디어이라는 장미철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무 넓어 울타리라고 느끼지 못하고 벗어나려하면 장미와 가시가 유혹하고 자극한다.
안정감과 동질감의 공간,
그 울타리를 넓히고 높이는 권력들이 있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종교권력, 문화권력이 만들어 내는 그 울타리들이
나쁘지 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좋지 만도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사람들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를 길들여 스스로를 편안케 할 수 있다면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