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천둥 번개로 혼수품으로 산 10년 된 텔레비전이 완전히 망가졌다.
산속이라 비라도 오면 천둥번개가 빈번해서
컴퓨터,텔레비젼같은 전자제품등이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벼락이 치는 경우엔 아예 코드를 뽑아 놓아야 한다.
이번에 망가진 것은
비디오도 같이 붙어 있는 비디오 비젼이다.
방송과 비디오까지 영상 매체가 일시에 사라진셈이다.
테이블위에 놓여 있던 텔레비젼을 치워버리고 나니
공간이 조금 늘어났다.
공간만이 아니라 더불어 두 세 시간의 시간도 같이 늘어났다.
그리고 늘어난 그 시간에는 여러 가지 변화된 생활이 들어와 앉았다.
아이들은 텔레비전 보던 시간이 없어지자
처음엔 할 일이 없어 방황하는 듯 하더니
책 또는 만화를 읽거나 만들기 놀이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요구를 하고 먹을 꺼리 재미있는 꺼리를 찾는다.
텔레비전에 넋을 놓고 빠져 있던 모습에 비해 너무 보기 좋은 모습이다.
백지위에 그림을 그려내듯, 텅 빈 시간 속에 주체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연습을 하는 셈이다.
사람은 현실의 주인으로 살아야 하고 그 기본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텔레비전 속 일이나 컴퓨터 속의 사이버 세계에선 능수 능란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신발끈하나 제대로 매지 못하고
지시되고 안내되어진 상황이 아니면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안타깝고 끔찍하다.
잠자리에 아이들과 함께 누워 라디오를 켜고\"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아직도 이프로가 방송되는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사연이 담긴 엽서를 보내면 음악을 들려준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아빠친구 누구는 자주 엽서를 보내 방송에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디지털 세대의 아이들에게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을 들려주며
천천히 하는게 더 정확하고 확실하며 또 더 재미있음을 언제가는
깨닫고 몸에 익히기를 속으로 바랬다.
텔레비전이 없이 지내는 시간이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고
아이들은 텔레비전에 대한 기억과 갈증, 이쉬움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 하다.
벼락같이 찾아온 이 행운을 언제까지 갖고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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