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동안 머물다 온 부산에서의 체험은
아이들보다 내게 더 강렬한 체험이었다.
롯데 백화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애내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을
관람했다 땅속을 따라 길게 뻗은 지하철 그리고 이정표만 따라 가서
안내하는 대로만 하면 멋진 시설에서 환상적인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끔 짜여진 도시 문명의 시스템이 놀라웠다.
밖으로 나와서 바라본 롯데백화점은 밖에서 보니
그냥 어마어마하게 덩치 큰 상자에 불과 했다.
단순하고 투박한 콘크리트 그 구조물 속엔 사람의 혼을 빼놓고고 남을
현란한 문명의 향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룩해온 과학의 진보, 축적된 예술성의 발현,
사람의 안전과 편리를 감안한 질서정연한 건물 구조....
이렇게 많이 축적된 노하우를 사람들이 자연스레 누리게
만들어 놓았으니 더욱 놀랄 만 했다.
그리고 건물 바깥엔
건물안의 현란함, 편리함, 안락함이 배설해 놓은
매연과 무더위 불편함 답답함이 존재했다.
모든 건물들은
끝임없이 건물안 환상의 세계로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차도옆으로 걸으며 숨쉬는 바깥은 외면하고픈 현실이고
건물안의 시원하고 화려한 조명이 있는 안락한 실내는
언제까지나 누리고 싶은 환상같은 현실이었다.
2500여년전 눈열린 어떤 사람이 몽중에 오늘날의 모습을 보고
예언을 했다면 다음과 같이 했으리라.
\"사람이 하늘을 날라 다니고 땅속으로도 다니고
물위로도 달리고하루에 천리 만리를 갈 수 있고
천리밖의 사람을 볼 수 있고 이야기 나눌 수도 있도
길거리는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 때묻지도 않고
밤도 대낮같이 밝고 온갖 음악이 가득 넘쳐난다...."
불경에도 보면 어떤 이상경이나 다른 세계를 묘사해놓은 것을 보면
위와 비슷하게 해 놓았다.
문명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이상세계를 누리고 살고 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댓가로 파괴되고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현실세계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부산에서 지리산까지 서너 시간에 오갈 수 있는 그 편리함 밑에는
엄청난 파괴와 오염의 댓가가 깔려 있음을 느껴야했다.
돌아오는 길에 바다위를 가로 질러 놓인 광안대교를 지나서 왔다.
집사람은 너무 멋있다고 사진을 찍고 하더니
하동 섬진강 강변 도로에 들어서니 중얼 거리듯 말했다.
\"여기가 훨씬 낫네\"
부산도 지리산도 모두 환상적인 곳이다.
문명도 자연도 모두 경이로운 현실이다.
경이로운 자연속에 사는 사람답게 거기에 걸맞는 사람인가 되물어 봐진다.
그리고 문명과 오염이 뒤섞인 도시에서
아름답게 삶을 가꾸어가는 이들을 보며
사람 사는 모양새는 환경에 절대적인 지배를 받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지리산에 산다고 해서 저절로 신선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신선같은 심성의 사람은 오히려 도심에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음의 세계는
어떠한 세상인지
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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