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신이라 산청에 형제들이 다 모였다.
고향에 가면 많은 생각이 든다.
40년 가까이 살다 보니 변한 것도 많고 기억의 창고에 먼지 앉은 추억들도 많다.
변해가는 산천 고향에 가면
어머니 아버지가 계시고
나의 탄생이 있고
아버지의 형제가 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땀내음이 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그 사이 한가운데 내가 서 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것이 고향이다.
형제 가족이 모인 고향은 더욱 그러하다. 그럴 때면 가슴 정가운데가 아려온다.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 삼촌 우리 어릴적 아버지 어머니의 젊은 초상들이 서로겹쳐 머리속에 떠 오르며 가슴이 징하게 아려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사는 건 나 혼자 사는게 아닌 것 같다.
곰곰 생각해 보고 혼자 결론 짓는 거지만 내가 산다는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또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그 위로 줄줄이 엮어진 사람들이 내속에서 나랑 같이 살아가는 것 같단 말이다.
그들의 못다 살다 죽은 한에서부터 잘 살다 남겨놓은 만족 못되먹은 성질 머리 배우고 익힌 크고 작은 재주 착하고 여린 마음 크고 작은 지혜 자지리한 탐욕 등등에까지 모두 감싸안고 하나도 안빠뜨리고 감싸안고 나랑 같이 살아간다
그래서 내 속엔 내가 아는 나보다 내가 모르는 내가 더 많다.
풀어야할 응어리도 많고 꺼내 닦을 보물도 많은 내가 맡은 이 생의 살림 살이.....
또 가슴이 아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