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니
맞춰 놓은 자명종 시계마냥
계절은 가을로 들어가는 문턱을 넘어 선 듯 하다.
밤이 되면 서늘한 가을 기운이 저 산위에서 어김없이 찾아내려온다.
그리고 이맘 때면 풀벌레 소리가 더욱 요란해지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차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들리는 건 풀벌레 소리뿐이다.
심심하지 않고 편안하다.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저들의 소란을 엿듣는다.
정말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가만 귀기울이면 여러 놈들이 저마다 다양한 소리로 울어댄다.
사람 만이 떠들썩하고 분주하게 사는게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대게 똑같은 리듬이나 톤으로 반복해서 끊임없이 울어 댄다.
얼핏 듣기로 짝짓기를 위한 이성에 대한 구애를 위함인지
그 울어대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저 작은 미물들이 저 노래하는듯 울어대는 듯한 일에
때(時)를 어기지 않아 천명을 지키고 있으며
신명을 바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얼마 쯤을 더 살면
저렇듯 천명을 알아 지키며
한가지로 삶에 매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것들을 털어내고 내 던져 버려야
그 한가지만 남을까
밤이 깊어질 수록 풀벌레의 노래도 끝없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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