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동네 반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물탱크 청소하기로 했으니 아침먹고 나오라고 했다.
감기 몸살로 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동네 부역은 빠질 수 없다.
오늘의 일은 장마가 끝날 때 하는 물탱크 청소와
얼마전 무너진 길의 축대를 쌓는 것이었다.
물탱크 청소는 여자들이,
돌 축대쌓는 일은 남자가 맡았다.
남자는 70대 어르신 두분, 50대 아저씨 한분,
대학다니는 젊은 친구 한명 그리고 나 까지 해서 5명이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감기까지 걸려 힘도 쓸 수가 없었다.
어르신들이 하는일만 옆에서 지켜보며 잔 일 거드는 것이
영 가시방석이었다.
축대쌓는 일은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초보자는 돌사이에에 손가락이 낑기거나 발등을 돌로 찍는 경우가
종종 있거니와 불규칙적으로 생긴 돌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축대의 매무새, 견고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년 물난리때 떠내려가지 않고 굳건히 견딘 축대는
포크레인이 큰돌로 쌓아올린 것 들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돌들로 쌓아 올린 아주 오래 된 축대였다.
오후 두시 정도에 끝난 축대 쌓는 작업은 나이드신 어른 들이 거의 다했다.
감기 때문에 일 끝내고 닭 삶아 먹는 자리에 안가고 돌아 왔다.
불끈 뿔끈 솟는 힘으로 무거운 돌과 힘을 겨루고
흘린 땀을 닦으며 매실주 한잔에 기름진 닭다리 하나 뜯지 못한 것이
아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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