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는대개 뻘이 많은 곳에 산다.
특히 민물장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많이 잡힌다.
원기회복에 좋다하여 민물장어는 산모나 허약자가 찾는 비싼가격에 거래되는 귀한 물고기다.
화개 지리산 계곡에도 장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며칠전에 장어를 한마리 구했다.
귀한 장어를 구한 사연을 이러하다.
태풍으로 끊어진 동네 상수도를 연결해 집집마다 물걱정을 던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오전에 갑자기 동네 물이 안나왔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점검해본 결과 취수원에서 동네 공동 물탱크까지는 이상이 없고 물탱크에서 각 집으로 가는 라인 어디가 막힌 것이었다.
각 집으로 공급되는 파이프 몇군데를 잘나 철사를 밀어 넣어 막힌 곳을 찾아가는 방법을 통해 호수가 막힌 지점을 찾아냈는데 50mm관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이었다.
50mm관이면 제법 굵은 관이어서 막히는경우가 극히 드문지라 모두들 궁금해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연결 부위를 풀었다.
한가닥에서 두갈래로 갈라지는 연결부위가 분리되는 순간, 지켜보던 모둔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으악 이게뭐야?"
아이 팔뚝만한 누렇고 긴 물체가 쑤욱 밀려나온 것이었다.
장어였다.
"와, 그 또랑에 장어가 살고 있었구만!"
국사암에서도 한참 올라가야 하는 취수원에서 파이프를 타고 들어온 것이다.
보통땐 망을 씌워 개구리나 낙엽등이 못들어오게 해 놓았으나 이번엔 테풍 후인지라 파이프 그대로 그냥 취수원에 담궈 놓았는데 장어란 놈이 그 파이프 입구로 들어와서 두개의 물탱크를 거쳐 내려오다 두갈래로 갈라지는지점에서 파이프 관이 좁아지자 막혀버린 것이다.
간혹 개구리가 수도 꼭지를 막아 물이 안나오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큰 장어가 막힌 경우는 없었다.
아이 팔뚝만한 40cm가 넘는 놈이었다.
전날 원기회복에 장어가 좋다는 이야기를 나눈 나는 배가 누런 장어를 보는 순간 '저 놈을 내가 고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 이거 고아먹어도 되겠네........"
혼자말로 선수를 치자 동네 이장님이 "어 그거? 10만원 내!"라며 호기를 부리셨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동네 사람이 다 나눠먹기엔 모자라고 누가 혼자 먹기엔 뭐한 장어는 풀밭에 잠시 무관심한듯 누워잇었다.
풀었던 파이프를 다 연결할 즈음 "철호가 가져가서 고아 먹어라"갑득형님의 반가운 한다디에 이어 "돼지 족발 2접시야!" 이장님의 말씀이 뒤따랐다.
"상하기전에 얼른 가져가서 쓸게 꺼내 먹고 참기름으로 볶다가 물붓고 고와."
조리법까지 일러주었다.
동네사람들의 배려에 감사의 눈물을 속으로 흘리며 깊은 지리산중 장어와의 기막힌 인연을 생각하며 장어를 고왔다.
곧바로 돼지족발 두접시를 시켜서 취수원을 손보고 내려온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마을회관에서 맛있게 나눠 먹었다.
족발을 다 먹고는 단골민박아저씨가 전어회까지 시켜 먹었다.
막힌 상수도를 고쳐 물도 다시 나오고 나는 장어를 얻어 보신하고 동네사람들은 족발과 전어를 안주로 맛나게 한잔 한 하루였다.
그러나 한편 속으로 생각하니 연로하신 어른도 계신데 내가 그놈을 먹는게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 장어는 산신령이 내게 보내준 장어임에 틀림없다. (옆동네 물탱크엔 능구렁이 한마리가 들어왔다는데 그건 누가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