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비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생활은 가족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좁은 집에서 계속 같이 지내다보면 짜증을 많이 나게 된다.
오래된 집이라 겨울엔 창문에 비닐을 두르고도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내야 하고
아이들은 동상에 걸리기 일쑤다.
여름엔 모기에 시달리고 더위에 아이들은 땀띠로 얼굴과 목을 두른다.
일년 내내 천장에선 쥐들이 밤마다 뛰어다니고
쥐오줌 냄새가 방안에 진동을 한다.
이런걸 구조적 모순이라고 한다.
구조적으로 짜증과 신경질이 잘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주로 아이들이 그 대상이 된다.
늘상 가까이 아이들을 지켜보노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정말 내 자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들을 보노라면
분노도 하고 좌절도 느끼게 된다.
또는 대견스러운 모습에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대개 쥐어박고 윽박지르고 벌주고 협박하는 경우가
달래고 타이르고 칭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 못난 모습이나 성격은
곧 내가 내 안에 숨겨둔 모습임에 틀림이 없고,
저 잘난 모습 역시 나의 내면의 역량임에 틀림이 없다.
내 잘 나고 못난 모습 역시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 많을 것이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부모 자식간에 기대와 좌절, 원망의 감정들을
가지고 사는것 같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닮아있고 가까운 사람은 부모 자식가이 아닐까
부모는 나의 바탕이고
자식들은 나를 바탕으로 해서 뻗어 나온 존재임을 인정한다면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좀더 자유롭고 현명하게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잘나고 못난 모습에 일희 일비하기 보다는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부터 알아서
생긴 거에 맞게 살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게
부모의 한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비슷하게 생겨먹은 부자간에 진정한 親함을 가꿔나가야 겠다.
오늘 아이들에게 양념 통닭을 사주었다.
부자간에 친애의 정이 쌓였겠지...쌓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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