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에 들어온 해가 94년이니
햇수로 12년이 지났다.
먼저 들어와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한다.
많은 시행착오와 아쉬웠던 점들을 그 사람들한테 말해주면
용기를 얻기도 하고
생각을 접기도 하고
좀 더 두고 보기로 하기도 한다.
늘 떠도는 구름같이
지리산 자락에 붙어 살던 친구가 있었다.
내 일 보다 더 진실되게 남의 일을 하며 살던 그 친구가
얼마전 땅을 장만했다.
땅을 장만하기전, 어렵게 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타성에 젖어버린 듯한 모습이 안타까워
해준 말이 있었다.
먼저 땅을 장만해라.
땅과 집이 있어야 노력과 고생이 쌓여서 삶의 밑거름이 된다.
돈이 없다?
자신에게 도움을 줄 만한,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매달려라,
본인이 좀더 진실되고 참된 삶을 살고자 하고
그러기 위해거 제일 먼저 땅이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 도움을 조금이라도 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도와줄것이다.
그 사람들을 조르고 설득해라.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왜?
분명한 명분이 있는 일이니까.
모두 본인이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것 아닌가?
무일푼이던 그 친구 내외는
만 오천평 짜리 땅을 사기로 했다.
일단 계약금 1800만원을 빌려서 2억짜리 땅을 계약부터 했다.
잔금 치루는 날까지 두사람은 1억 8천 2백만원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
잔금치루기로 한 하루전날 전체 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참 놀랐다.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친구가 그렇게 실행했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친구의 말처럼 꼭, 반드시, 지리산에 정착하겠다고 다짐한 순간
방법은 찾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절실함과 사고의 전환
그것이 지리산에 정착하는 한가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