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처럼 우거진 마당 풀을 오늘은 마음먹고 베어냈다.
보기 좋게, 몸에도 좋게 낫들고 앉아 차근차근 벤게 아니라
휘발유 기름으로 돌리는 최신형 예초기로 욍욍거리며
30분 정도 난리법석을 떨었다.
마당에 무슨 풀이 그렇게 많은지
그리도 잘자라는지 신기하기까지 하지만
낫든 손은 잘라내기 쉽고
붓든 손은 그려보기 쉽듯이
잘난 놈 못난
놈 앉은 놈 누운 놈
꽃 핀 놈, 씨 맺은놈
심어 놓은 놈 지멋대로 자란 놈 할 것 없이
여지 없이 몸땅 깍아 넘겼다.
쭈욱 둘러보니 파르라니 골프장 같기도 하고
달디 단 풀내음이 코를 움켜 잡는다.
겨울엔 휑하던 저 땅에
어떻게 저렇게들 자리잡았는지 실로 마법같은 일이다.
수십가지도 넘는 놈들이 바람에 날아오고
땅속에 숨어 있다 철을 만나 죽어라고 살아 나는 것이다.
저러기를 몇해를 했을까 생각하니
매정하게 잘라버린게 좀 미안하다.
살아 있는 건 뭐든 모두가
씨에서 나와 다시 씨를 맺기를 되돌아 살펴본다면
그 끝이 없는 생명이 물줄기가 여기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만 보일뿐
그 시작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나의 5대조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었을까,
10대조 할아버지는 또 어떤 분이었을까?
1000년 전의 나의 할아버지는 무슨 원을 세우고 살았을까?
또 그 옆의 할머니들은 또 어떠하셨을까?
저 풀이나 우리나 그 길고 긴 역사를 상상하기 힘든건 마찬가지다.
산다는 건
그 많은 분들이 길게 길게 이어 온 마디의 끝 마디에서
또 이어 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만남은
그래서 긴긴 생명의 역사의 만남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그 길고 긴 마디가 서로 엮어지는 것이다.
부부가 엮어져 새끼를 만들고
어버이와 자식들은 대마디 마냥 대를 이어 살아 가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삶의 양식과 모습, 향기, 매력을 풍기는
다양한 풀과 나무를 보며
나도 나를 가꾸고 싶다.
진화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