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이 쌍계초등학교에서 집이 제일 먼 셈이다.
운학이녀석은 아침마다 늦다고 보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차따기를 하는 모양이다.
학교가 소유하고 있는 차밭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매일 차를 따는데 지가 제일 빨리 딴다고 자랑을 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등교하면 학교운동장 7바퀴를 돌게하고
차철이 되면 매일 차를 따게 한다.
참 좋은 학교에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다 건강하고 밝다.
쌍계초등학교엔 도시학교에서처럼 비만이나 안경쓴 아이들이 거의 없다.
집앞 차밭에서 차따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저분들이 돌아가시면 차는 누가 딸까 걱정이다.
갈수록 시골에서의 노동력은 부족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시골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고 알기 쉬운 이야기이겠지만
사람이 필요한 곳에 사람이 살면 그 사람은 필요하고 요긴한
사람으로 대접받을 것이고,
사람이 많아도 인력이 남아도는 곳에서는 사람이 대접을
못받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회구조가 규정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힘없이 산다면
시골에서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에 확신이 있다.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가면서 불확실한 취직을 준비하는 대신
부모의 일을 물려받아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명실공히 지금 하는 일이 단단한 혈연, 인연의 시스템이 갖춰지면
아마도 우리 아이들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커서 도시에 나가려 애쓸 수도 있을 지도 모르지만
또 직장생활을 하며 그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맛 볼 수도 있겠지만
보장받고 인정받는 삶보다는
자기자신을 다스리며 천천히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더 자유롭고 신나고 현명함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차따는 할머니의 빈자리의 의미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의미가 될것이다.
필요한 곳에 있을 때 그 가치는 분명 빛날 것이다.
이미 현재 시골에서는
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 빛나고 있지 않은가.
점점 공동화되어가는 시골이지만
고정관념에 물들지 않고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사람들에겐
시골은 이제 신천지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이리 그런 존재로 태어났다.
커면서 수동적이고 관념적인 사람으로 물들지만 않는다면
시골 아이들의 미래는
오늘 아침 날씨처럼 밝음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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