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을 갈라 물떠는 바가지를 만들 요량으로
기둥에 걸려 있던 조롱박을 내렸다.
작년인가 어머니가 보내주신 조롱박이다.
줄톱으로 단단한 껍질의 박을 반으로 가르니
속에는 스폰지같은 속살이 둥글게 뭉쳐있고 또 그속에는
박씨가 빼곡히 박혀있다.
방금 전 차밭을 떼로 뭉쳐 헤집고 날아다니는 조생귤만한 크기의
이름 모를 작은 새를 볼 때와 똑같은 느낌이 든다.
작고 여물며 생기넘치는 생물들이다.
하나에서 수백가지로 번식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씨앗에는 생명정보가 가득할 것이다.
싹틔우고 뿌리내리고 줄기뻗고 꽃피우고 열매맺는 법이 고스란히 들어있을 것이다.
작고 알지게 그리고 많는 개체로 나뉨으로써 생명의 아름다움을 영위하고
창조해나가는 생명체들의 삶은
우리가 읽어야 할 살아있는 삶의 교과서다.
검증된 가르침이고
미래를 열어갈 가르침이다.
크고 허술하게 하나의 몸집만 키워나가다 멸종한 공룡의 역사나
그렇게 쓰러지는 대기업의 말로는
어느 길로 삶의 발길을 내디딜 것인가를 분명하게 가르키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건강한 생명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찾아야 할 목마르지 않는 만족과 행복
삶이 희열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미 수 억년을 이어 오고 다듬어 온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생의 노하우가 생명엔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의 향기와 색깔, 깃털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만들어 내는 생명의 힘이란...
건강한 꽃과 새들이 아름다운 것처럼
사람도 아름다운 것이다.
보는것만으로도
아름답고 기분좋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건강한 생명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입에서 항문까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 모두를 병원에 의지하지 않으면 살 수없는 인간군락이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가슴아픈 희극이며 비극이다.
사소한 습관이라는 펜대로 ;우리는 매일 그 극본을 쓰고 있으며
그 펜 끝에는
지금 당장의 편리함,
누구나 가는 길이라는 잉크가 묻어 있다.
건강한 아이의 맑도 아름다운 눈빛은
얼마나 감동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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