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집 점심은 주먹밥이다.
아침 먹고 아내는 운전학원으로 향한다.
필기는 이미 합격했고 이제 기능수업을 받고 있다.
집사람이 꽉꽉눌러 뭉쳐놓고간 몇덩어리의 주먹밥은 남은 식구의 점심 끼니다.
집사람은 집에서 운전학원 통원차량이 오는 곳까지 걸어서 간다.
올때도 마찬가지로 걸어서 들어온다.
차를 타고 오가던 그 길을 그보다 훨씬 느린 걸음으로 오면서
이사온지 1년이 지난 지금 집사람은 우리가 이사온 동네의 또 다른 맛을 느낀다고 했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 오던 길 모퉁이에서 집사람은
산이 감싸안고 있으면서도
넉넉한 트임이 있는 동네의 정취에 젖는다고 한다.
1년동안 휙하니 지나치며 그 길모퉁이에 놓여진 정취를
눈뜬 장님 마냥 모르고 산셈이다.
차를 타고 다니며 빠르게 사는 것 같지만
길모퉁이에 놓여진 풍광을 발견하는데 1년이 걸린 것이다.
차가 우리 삶의 속도를 빠르게 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천천히 여물게 사는게 가장 빠른 삶이고
헛된 노력과 실수를 줄이는 삶일 것이다.
오늘 집사람은 기어변속을 배웠는데 잘 안된다고 했다.
사실 집사람은지금 삶의 속도를 올리기 위한 기어변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삶에 속도를 내고 싶은 것이다.
남들이 잘 닦여진 길을 씽씽 달릴 때
우린 길도 없는 곳에 길을 찾고 길을 만들어 온 느낌이다.
지금은 우리가 어떤 길 위에 있으며
그 길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잘 살피는 것이
삶의 속도보다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해묵은 질문을 다시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왜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