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인 면에서 스스로의 일에 대해 하는 말들이 있다.
"빛좋은 개살구다"
혹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 ..등등 고상해보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렵다는 말이다.
목돈이 투자되고 푼돈으로 회수되는 것이 녹차사업이다.
나도 인연이 닿아 차를 만들고 있지만 단 몇일 사이에 수백만원을 지출하는 이 정도의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이 참 신기하다.
어떨 땐 10킬로 정도의 생옆을 바라보며 "이게 40만원어치란 말이지..".하고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차의 가치와 차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본다.
조선시대 함양 군수로 부임한 김종직은 군민들이 고을에 나지도 않는 차를 나라에 바치기 위해 타지방까지 가서 쌀 한말에 차 한홉의 비율로 구해 나라에 바치는 폐단을 보고 이후 부터는 관에서 차를 구해 나라에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정이 명나라에 바치기 위한 차를 남도 지방민들에게 무리하게 요구하여 남도의 백성들은 차나무가 자라는 산과 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백성들에겐 차가 차가 아니었다.
힘들게 나라에 바쳐야하는 공물에 불과했다.
시대가 흘러 지금의 차는 농가의 고소득 작물이 되었다.
차가 자랄 수 있는 타 지역에서 해마다 녹차씨를 구해가서 심고 있고 정책적으로 녹차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화개지역 역시 깍아지른 듯한 산비탈도 녹차가 자라는 터전으로 바뀌고 있다.
또 왕실 귀족등 권력가진자들의 전유물이던 차가 차마시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대중의 곁으로 급속하게 가까이 다가 가고 있다.
그 귀하던 차가 백성의 곁으로 자리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차역사의 돌고 도는 한 단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역사의 한 단면에 나는 차 만드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마시는 민족은 망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렇다고 차를 만들면서 이 일이 민족을 살리는 일이라고까지는 생각든적은 없다.
다만 차를 만듦으로써 나와 가족을 살리고 내가 만든 차를 마시는 사람을 살리는 德이 되길 바랄 뿐이다..
더 나아가 단촐한 하루저녁 술값이면 최고급차를 한 달 이상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차마시는 문화가 술마시는 문화의 차리를 꿰차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선시대 어느 함양군수의 결정처럼 제대로 된 판단과 결정으로 차만드는 사람으로서 제대로된 자기 자리를 잡아 나가길 스스로에게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