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열심히 나무를 재고 있자니
최영감님네 할머니가 아장 아장 느린 걸음으로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어디서 나무를 이리 해왔소?"
"어서 오세요. 나무, 사 왔습니다"
"많이 샀네.."
잠시 서성이든 할매가 너닷없이 말했습니다.
"나 염색좀 해줘"
"예?" 집사람이 다시 묻자,
염색약 봉지를 내밀었습니다.
"다들 김장한다고 시간이 없대."
나무 쌓던 일을 하다 말고
집사람이 염색약봉지를 받아 들고 읽어보더니
"할매 이리 오세요. "하고는 같이 갔습니다.
마침 모처럼 날이 따뜻해 양지바른 곳에 앉아 염색약을 다 바르고는
할매는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나섰습니다.
"할매 점심먹고 머리 감으세요!"
나무도 정리되어 좋고 노인네 머리도 젊어지고
따뜻한 겨울 하루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