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하동에서 장을 보고 왔다.
그 중에 하나가 수도 꼭지에 붙이는 물분사기( 설겆이 하기 좋게 물을샤워할 때 처럼 나오게 하는...)였는데 수도 꼭지에 설치를 하고 물을 틀었는데 바늘 구멍으로 물세듯 옆으로 물이 세는 것이었다.
아무리 손을 봐도 소용이 없었다.
포장지를 보니 상품명은 아폴로 8호고 회사 전화번호도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거기 수도 꼭지 만든는 회사죠? 아니 물건이 왜 이렇습니까? 중국 제품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수도꼭지도 제대로 못만듭니까? 30분이나 달려가서 사온 건데 이게 뭡니까?"
화풀이겸 성화를 냈다.
수도꼭지 만든지 8년이 된 회사인데 좀처럼 없는 경우라면서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서 불러줬다.
다음날 한 남자가 다시 전화를 했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새는지 서로 이야기가 오고 갔고 새 제품을 보내 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물이 새는 물 분사기는 회사로 보내달라고 했다.
"아니 물건 값이 3500원이고 택배비가 3000원인데 어떻게 보내요?"
"그럼 우편으로 보내시죠"
"알았습니다."
며칠 뒤 똑같은 물건이 배달되었고 즉시 수도 꼭지에 부착해 보았다.
물은 새지 않았다.
이렇게 아폴로 8호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아폴로 8호 사건'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찾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고 둘째로 이 사회가 그러한 주장이 통하는 사회로 진일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만든 물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 물건으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믿음과 신뢰를 쌓게 만들고 그 믿음은 살아가는데 희망이 된다는 점이다.
내가 만든 차에도 그러한 원칙은 적용될 것이다.
나에게도 아폴로 8호와 같은 사건이 터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고 사실 수도꼭지 소비자 보다는 녹차 소비자들이 훨씬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차에 담긴 정성을 트집잡는 분들이야 말로 차를 만드는 사람을 바로 세우는 사람들이고 제일 두려운 사람들이다.
"여보세요, 거기 유로제다죠? 차가 이게 뭡니까? 정성이 하나도 안들어 있구만요. 피가 되는 차를 물건 만들 듯이 이따위로 만들어서 팔아서 되겠어요?"
이렇게 따질 지도 모른다. ...............................
조심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