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한이 없다."
새로 이사한집에서 하루 하루 짐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 엄마의 요즘심경이다.
바깥에서 바람이 씽씽불면 집 천장이 날라갈까 불안하고 비가 쏟아지면 집뒤 돌들이 무너질까 불안해 하던 목압의 낡은 집에서 쥐똥과 쥐오좀 냄새에 노이로제에 걸려 끈끈이 쥐약으로 잡아낸 쥐들도 수십마리였다.
그 미운정 고운정 든 집에서 우리는 극적인 탈출을 했다.
어젯 밤엔 새 잠자리에 누워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삶의 기본인, 추위나 더위로부터의 적당한 도피 음식하고, 씻고, 배설하는 공간의 최소한의 쾌적함이 얻어진 새집에서의 하루 하루가 즐겁다.
특히 집사람에겐 쥐, 개미,지네들로부터 우리들의 주거공간이 잠식당하지 않고 그놈들의 배설물을 발견하고 치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
그 큰 위안과 안심 속에서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돌아 보았다.
얼굴을 마주하고 누워보고 우리는 새삼 서로 놀랐다.
중년이 되어버린 서로를 발견한 것이다.
20대의 달콤한 입맞춤도 이젠 징그러운 짓이 될려고하는 중년으로 내달리고 있는 서글픔......
어쟀던 20대에 스스로에게서 가졌던 거시기들을 미련없이 버려야함을 30대 후반에서야 깨달았다.
37년 정도 살았으니 날수로 10000日 이상를 살아온 셈이다.
만번의 하루 하루를 보내며 산 것이다.
그래서 하루가 중요한 가보다.
그 하루 하루가 모여 40년이 다되어 가고 있다.
만번을 살아 본 하루이니 만큼 앞으로의 하루는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 보고자 하는 마음의 바램을 해 보았다.
또 한편 하루 10분씩이라도 뭔가를 만번을 한다면 분명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여한없는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
금새 새로운 불만은 싹틀 것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가다 만번의 하루가 지난 그 어느날에도 여한이 없길 우리 인생의 새해에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