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눈이 내리고
당일날도 찬바람이 많이 불어
정월 대보름 달집을 지은 곳은 화개골에 모암마을 한 곳 뿐이었습니다.
올해 집사람이 날삼재라며
속옷과 생년월일을 적어 달집과 함께 태우라는 어머님의 언질이 있었던 터라
달이 뜨기전 달집 태우는 동네를 찾아 나섰습니다.
작년에 가장 크게 달집을 지은 용강마을엔 올핸 달집이 지어지지 않아
차를 모암으로 몰았습니다.
멀리서 달집 꼭대기에 팔락거리는 연이 보였습니다.
연날리기는 보름날 달집에 매달아 업을 날려보내는 것으로 더이상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달이 오르기 훨씬 전부터 이미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돼지머리 올린 상차림과 먹고 마실 술과 음식과 과일들의 준비가 모두 끝내고
풍물을 두드리며 흥을 돋구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들과 술을 한잔씩 나누고
가져온 속옷을 달집에 넣었습니다.
달이 동쪽 산 능선을 밝히며 살짝 고개를 내밀 쯤 축문을 읽고 달집에 불을 불을 붙였습니다.
아이들도 준비한 폭죽을 터뜨렸습니다.
뻥뻥 대나무 타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하늘까지 다을 기세로 달집이 타오르고
사람들은 달을 보며 절을하고 저마다 묵은업들을 날려보내고 올한해 번창하길 기원했습니다.
한바탕 정신없이 놀다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 보니
효석, 도원 두 도자기하는 양반들이 와있어
또 밤늦게까지 차 마시며 놀았습니다.
추운 보름이었지만
기분 좋은 정월 대보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