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인 장자(莊子)에 명경지수(明鏡止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나라에 형벌로 발목이 잘린 왕태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학문과 인품이 뛰어나 그의 문하생이 공자의 문하생과 맞먹을 만 했다.
공자의 제자가 물었다.
\'몸도 불구인 자에게 날마다 수많은 제자들이 모여드니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공자는 대답했다.
\'마음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보거나 흔들리지 않는 그분의 마음의 평온함 때문인 것이다. 사람들이 거울 대신 비쳐볼 수 있는 물은 흐르는 물이 아니고 가만히 정지해 있는 물이다. 그는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꿰뚫어 보고 있다. 눈 앞에 얼씬거리는 사물에 솔깃하여 마음이 흔들리는 법이 없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나 추악한 것에 이목을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정신의 아름다움을 찾고 손해와 이득을 초월하여 전혀 문제로 삼지 않는다. 비록 발목 하나 떨어져 나가기는 했어도 흙 한줌 내다버린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성경을 보다 보면 의문이 생기는 구절들이 왕왕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마태복음에 있는 구절 이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처음 보았을때 전혀 모르겠더군요.
\"부자인 사람이 천국 가기 힘들다\"고 하신 말씀은... 응 부자들은 나쁜짓도 많이 했을테니 천국 가기 힘들겠지..
이러면 대충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심령이 가난해야 천국에 갈수 있다? 잘 이해가 안가더군요. 물질적으론 가난해도 심령은 부자여야 천국에 갈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요.
그래서 좀 이해가 쉬운 공동번역을 봐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별 차도가 없더군요.
영문을 봐도 그렇구요.
그러다 거의 잊고 지냈는데, 우연히 도올 김용옥의 책을 보던중 - 그 분도 이구절이 좀 그랬나 봅니다- 이 부분의 의미를 중국어서 찾아 본 것을 발견 했습니다.
\"虚 心 的 人 有 福 了 因 为 天 国 是 他 们 的\"
뒤에 섞인 간체는 모르겠지만 앞 구절을 보면
\"虚 心 的 人 有 福 了\"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번역 한 것을
중국 사람들은
\"마음이 비어 있는 사람\" 이라고 번역한 것입니다.
가난 하면, 궁핍, 부족등 있는 것에 대한 상대적인 결핍, 물질적인 느낌이 강한데 중국인들은 그것을 \"虚\" 하다, 없다, 비어 있다, 공하다 라고 쓴것입니다.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마음이 가벼워야 천국에 오를수 있다는 뜻의 말씀이구나 하구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좋은일, 나쁜 일들
높은 자리에 오르든지 낮은 지위에 있든지,
부자가 되든, 가난하든,
온갖 나쁜것, 좋은 것 까지도 다버린 가벼운 마음이요.
그런데 우리의 삶이 어디 그렇습니까?
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에 때가 많이 끼지요.
거짓말도 하게 되고,
속이기도 하고,
훔치기도 하고
나쁜 마음 먹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겠고,
자식이 공부 잘해 좋은 대학 가야겠고,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고 싶기도 하고....
이러다 보면 마음이 점점 무거워 질 것 같습니다.
얼굴을 비출수도 있는 맑은 마음의 물이 점점 탁해 지고요.
그런것 들은 세상 사는데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그쪽은 예수님을 말씀 하신 반대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천국에 가려거든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요.
그러니까 비어 있는, 깨끗한, 하얗고 투명한 마음이요.
내 몸의 때는 물로 씻으면 되지만, 내 마음의 때는 무엇으로 닦을까요?
참으로 어려울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해엔
명경지수의 맑은 마음을 가질수 있도록 노력이라도 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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