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수술후
치료실에서 요양실로 옮기는 날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길을 나섰다.
진주 문산 구간에 대형 추돌사고가 난 모양이다.
국도로 우회하니 생전 처음보는 길과 집들을 보며
참 구석 구석 사람도 많다고 느낀다.
그리고 모두 어떻게들 살아 살아 가고 있는게 신기하다.
현재도 그렇지만
수천만년을 이어온 가계(家系)의 역사를 생각하니
지금 여기 살아 굶지 않고 몸상하지 않고
차끌고 달리는 것이 정말이지
기적과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어죽고 병들어 죽고 굶어죽고 전쟁터에서 죽고 했을 것이며
얼마난 많은 가문이 대가 끊겼겠는가 말이다.
독설일 수도 있지만
불의에 맞선 항일 투사 농민의병들의 씨보다는
비굴하거나 납작엎드려 생존만 생각한 자들의 씨들이 더 많이 보존되고 이어져 왔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기적같이 살아서, 누리고 있다.
욕망과 두려움의 그늘에서 걸어나와
만족과 감사의 햇살을 받으며
잘자란 나무처럼
스스로 밝아지고 넓어져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나누고 베풀며 서로 하나로 어우러져
세상을 살아가라는 명(命)에 귀기울여 볼일이다.
이미 우리가 누리는 것은 기적 그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