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복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닭을 삶아 먹었다.
동네사람들이 오전부터 회관 마당 시원한 감나무 그늘 밑에 간만에 모여
인삼은 빠졌지만 마늘이라도 듬북 넣고 닭을 삼는다.
백숙이 익을 동안 도리탕을 만들어서 매실주를 벌써부터 마신다.
곧이어 잘익은 닭이 나온다.
닭다리며 날개며 가슴살이 맛이 좋아 매실주도 꿀덕 꿀덕 맛좋게 잘넘어간다.
아랫마을에서도 닭을 삶아 먹는다고 한다.
복날 모여서 백숙을 먹는다는게
본격적인 무더위를 같이 대비한다는 면도 있지만
무더위 즐긴다는 편이 옳을 것 같다.
같이 모여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 어떨 때는 한없이 부자유스럽고 싫은 짓이지만
오늘은 아주 즐겁다. 어울림의 흥취가 이것이 아닌가 한다.
이윽고 닭죽도 나왔다.
집에서 기른 닭이라 그런지 맛이 좋다.
맛이 좋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실컷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잠도 오고, 부는 바람도 시원하다.
이보다 더 나을 순 없다.
무거운 졸음을 이끌고 마을회관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목침을 베고 누우니 금방 곯아 떨어진다.
낮잠이 이렇게 달고 맛있을수도 있을까 싶다.
잠결에 아줌나들이 들어와서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그래도 잠은 달기만 하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흔들어 단잠을 깨운다.
오늘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린이집을 결석한 우성이다.
"아빠, 일어나. 엄마가 손님 왔다고 오래\"
계속 잤어면 좋으련만..
그래 사는게 단잠만 잘순 없지.
현실과 꿈을 적절히 버무려 가면서 살아야겠지.
그래야 사는게 오늘 먹은 매실주 백숙같이 맛이 나겠지.
우성이 손을 잡고 잠이 덜 깬 비틀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우성아, 누가 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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