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면에 아는 분이 소를 기르며 살고 계신다.
소를 기르면서 나오는 몇 년 된 잘 발효된 거름을 실러 갔다.
반갑게 맞아 주시며 진교 면소재지에서 점심을 사주셨다.
10년 전 낙향하여 4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는 분.
귀농하는 가구가 100가구라면 제대로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몇가구도 안될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 만큼 맨 몸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고
300만원 가지고 혼자 시골에 내려와 빚한번 안지고 여태 살아오신 분이다.
손님이 찾아와서 만나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라는 그분이 말씀하셨다.
"지금 세상에 산다는 건 전쟁 이다.
소리없는 전쟁이다."
그분은 정말 전쟁중인 분 같았다.
신발도 전투화를 신고 계신다.
아침 4시에 일어나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60평짜리 집도 혼자 짓겠노라며 일을 하고 계신다
새로 장만한 700평짜리 축사를 혼자관리하며
1년 째 트럭에서 살고 계신다.
이 정도면 가히 전시상황이다.
얻어온 거름을 밭에다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오니
도자기를 하는 효석과 몇몇 지인들이 와 있었다.
매화차를 마시며 사는 게 전쟁이라는데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랍게도 효석의 집사람도 요사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
자기는 지금 전쟁중이라고...
효석의 집사람은 부산에서 가게를 얻어
거기에 딸린 작은 방에서 유치원 다니는 아이와 같이 생활하고 있다.
지리산에 남은 효석은 딸아이와 둘이서 생활하며 도자기를 만든다.
가족이 둘로 나뉜 것이다.
설마 그렇게 할까 생각했지만
둘로 나뉘어진 가족은 또다른 현실을 열심리 꾸려나가고 있다.
세상은 무심하게 굴러가지만 그들은 평온한 전쟁을 치루듯 살고 있다.
삶이 전쟁이라는 표현 속에는
삶에 모든 것을 건다는 결연한 의지가 들어 있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 뒤에는 반드시 실천이 따르는 법이다.
마음속에 굳게 박힌 심지가 있어서든
현실이 너무 다급하기 때문이든
물러서지 않고 모든 걸 걸고 살아가는 사람에게선 강력한 삶의 에너지가 있다.
소똥거름을 내린 밭 옆에는 매화가 만발했다.
거름을 내릴 때 거름냄새와 매화향이 같이 섞여 코를 때린다.
소똥거름에서 나는 진한 똥냄새와
바람에 묻어오는 향긋한 매화향에 어떤 공통 분모가 있다고 느낀 건
나의 제대로 된 후각일 것이다.
사는 걸 전쟁처럼 모든 걸 걸고사는 삶이나
삶은 존재 자체가 축복이라고 느끼며 사는 삶이나
그모두가 생명 에너지로 가슴이 가득하다.
봄날 새싹처럼
꺽이지 않고 멈춤없이 가슴을 펴고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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