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밥먹기 전에 일찌감치 구례로 향했다.
날이 추워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레미콘 기초 작업일정을
오늘 오전으로 잡아논 터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자재를 사기위해 일찍 나섰다.
피아골 검문소를 지나서 차에 문제가 생겼다.
라디에터가 터진 것이다. 하루의 시작부터 이게 뭐람!
몇달 전부터 조금씩 새던 것이 하필 이 때 터져버린 것이다.
더 이상 차를 운전했다가는 엔진 과열로 아예 페차가 될 상황이라
국도변에 차를 세워 두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까 생각해야 했다.
자재를 사오려면 트럭이 있어야 하는데..
지은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자다가 일어난 목소리였지만 모른척하고
"전데요, 아침드셨습니까?
레미콘이 10시경에 오기로 해놓고 자재 사러나왔는데
차가 서 버려서 이거 야단났네요. 트럭몰고 좀 와주면 안되겠습니까? "
섬진강 찬바람에 몸과 마음이 같이 시리다.
왜 하필 이때 차가 탈이 나는 거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금새 지은이 아빠가 차를 몰고 나왔다.
좋은 이웃이 있다는 건 큰 행복이고 힘이다.
지은이 아빠는 차만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얼마전 자기도 라디에타가 터져서 수리했다며 싸게 잘하는 카센터를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국도변에 세워둔 차의 견인비도 해결해주었다.
자동차 보험을 들었으면 무료견인 서비스가 있을꺼라고 해서 알아보니
과연 무료로 카센터까지 견인해주었다.
그리고 자재를 싸게 파는 재재점도 알게 되었다.
차가 고장났을 땐
왜 하필 이 바쁠 떄 고장이 나냐며 난감해 했지만
차가 고장남으로 인해 여러가지를 얻었다.
이웃의 소중함, 믿고 차를 맡길 수 있는 카센터, 싸고 다양한 자재가 있는
자재상, 자동차보험의 활용법 꽤 짭짤한 수확이 있었다.
그야 말고 전화위복이 된셈이다.
일이 끝나고 차는 깔끔히 고쳐졌고
카센터 주인장도 정말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고장이 나면 꼭 다시 오고 싶은 집을 찾은 것이다.
마음 든든한 일이다.
레미콘 타설작업에 온동에 사람들이 나와 거들어 주었다.
덕분에 일도 잘 끝나고 날씨도 따뜻해 일하기도 좋았다.
이웃간에 크고 힘든 일을 서로 도울 떄 가슴이 든든해지고
시골 사는 참맛도 느낀다.
차를 말끔히 손보고 나니
고장나기 전보다차를 모는 기분이 더 좋다
삶도 그러할것이다.
살다보면 삶은 고장투성이다.
성하고 잘 될 땐 함부로 하다가 조그만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을 방치하다 보면 언젠가는 커게 터져버린다.
건강과 병에 비유하자면
예방이 가장 최선이고 그 다음은 초기에 완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볍게 생각하다 혹은 다른 곳에 신경을 뻬앗기다 보면
왕창 고장이 나버리는 것이다.
고장없는 완벽한 삶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고장이라도 더낫게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살아가는게 마음 든든할 것이다.
가끔 한밤에 잠이 깨어 생각해도 내 머리로는 잘 풀리지 않는
난감한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분명히 방법은 있는 것이다.
삶이 고장나는 건 힘들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이왕 고장이 나버렸다면
이전보다 더 나은 삶으로 고쳐야 하고
그 또한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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