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서 물만 먹고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산중에서 단식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짧게는 3-4일, 길게는 보름까지,
나이 어린 8살짜리 아이에서부터
6순 노인까지 단식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음식을 점점 줄이는 감식 기간이 있고
물만 먹고 산책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지내는 본단식,
그리고 미음, 죽을 거쳐 몸에 무리 없이 일상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돕는
보식 기간까지 합치면 보름에서 한달가량을 산속에서 지낸다.
단식을 하는 사람도 힘이 들고
단식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단식을 지도하는 사람들은
더 힘든 과정이다.
몸이 아프면 사람은 더 많이 먹고
야생의 짐승들은 단식을 한다.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잡기까지 먹는 일은 휴업이다.
단식이란 참 특이한 면이 많다.
사흘 굶고 남의 집 담 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배고픔의 고통은 참기 힘든 법인데
스스로 음식을 끊고 굶는 것이다.
그것도 돈을 내면서 말이다.
음식을 끊으면서 고생스럽고
음식에 대한 욕망도 많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빠지듯
몸속의 노폐물이 빠지고 생각도 비워진다.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비워내야할 몸속의 독소나 머리속의 고정관념이 많고 적음에 따라
저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단식이 끝나면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자기의 일상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단식은 단기간에 체험가능한 몸의 맑음 마음의 밝음 의 과정이다.
조용하고 깊은 산속
뜨끈한 황토방에서
음식을 끊고 물만 마시는 단식을 통해
사람들은 얽히고 설킨 인간사와 욕망의 굴레로부터 벗어난
깊은 편안함을 느낀다.
물론 먹는 것에 대한 욕망이 항상 머리 속을 떠나지 않지만
오히려 그것 외의 다른 잡념과 걱정꺼리는 아예 없어진다.
보이지 않던 자연과 일상의 여러가지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먹고 배설하는 생명의 기본대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상세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무심히 살아오던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가 하는 것도 깨닫게 된다.
단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땐
새몸 새마음이다.
그리고 새 다짐도 한다.
"매사에 감사하고, 음식은 맑고 깨끗한 것으로 먹고
인스턴트 식품과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과식,과욕,과력은 하지 않는다......."등등
실제 집으로 돌아간 후의 일상은 순전히 자기의 몫이다.
단식후
삶이 바뀐 사람도 있도
예전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단식으로도 없어지지 않는 과거의 습(習)때문이다.
과거의 잘못된 습을 버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다.
습이 무서운것 몸에 익어 있기 때문에 자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道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제자에게
옛 스승이 말하지 않았던가.
"끽다거 喫茶去!! " 차나 한잔 하게!
일상의 일들이 곧 道임을 뜻한다고 한다.
하루 하루 쌓아가고 있는 습이 곧
내가 살아가고 있는 길이고 나아가
아이들에게 유전인자로 남겨지고 물려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루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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