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되면 전원이는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동네까지
한참을 걸어서 친구집에 간다.
요 옆동네에 같은 반 아이가 있고 그 옆동에에도 같은 학년이 있지만
그 보다 한참 더 먼 동네까지 전에 어울리던 녀석들을 찾아간다.
원래 놀던 물에서 노는게 편해서 일 것이다.
"첫발"이 미치는 힘이기도 하다.
처음 어떤 분야의 일을 하게 되는가
처음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가
처음 어느 지역에 살았는가
어떤 환경의 가정에서 자랐는가
..................
대부분 우리는 여기에 지배된다.
태어나 살면서 첫발을 어디로 내디디게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곳이 자기의 노는 물이 된다.
그리고 노는 물에서 계속 놀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물에 깊이
물들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노는 물을 바꾸기는데엔 크고 작은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 물이 싫어 어쩔수 없이 그 물에 몸담그고 있다해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물이 그사람의 피가 되어 간다.
그 물이 나를 보호하고 성장하게 하기도 하고 가두기도 하는 울타리가 되는 것이다.
첫발을 어디로 디디냐가 그래서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은 첫발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너무 많아
어디로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가 보다는
오히려 내딪지 말아야 하는 곳을 먼저 알아야하는 시대다.
우리나라의 혼란스런 20세기가 낳은 시대의 찌꺼기들일 것이다.
21세기는 반듯하게 상식으로 정돈된 삶의 이정표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 선택 보다는 버리고 포기해야 할 것들,
버리고 포기해도 되는 것들을 찾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하겠다.
너무나 많이 난무하여 우리 진심의 외진 공간에
방치된채 쌓여 있는 진실과 진리와 도덕,윤리에 관한 명제와 구호들을
나의 하루 작은 일상의 공간앞에 꺼내
직접 실행으로 옮겨야겠다.
하루 하루 매일 매일 작고 사소하게 실천해 나가야 겠다.
그래야만 진실과 진리가
먼지 앉은 문구, 말, 구호에서
살아 숨쉬고 자라서 꽃피는 문화와 상식으로 부활할 것이다.
단정하게 정돈된 삶의 첫발에 관한 이정표가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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