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처음 만난건 대학 다닐 때였다.
당시 그는 인권변호사였다.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다 연행되고 구속된 학생들, 노동자들에게
무료변론을 해주는 가난하지만 의로운 변호사였다.
당시 그는 대중집회의 연사로 가끔 나서곤 했다.
그날은 오전 11시 집회에 노무현은 연사로 나서게 되 있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의 살벌한 감시때문에
나는 아침 6시에 모처에서 만나 학교 안으로 안내하는일을 맡았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노무현은
흐름한 양복차림에 노란 봉투하나를 들고 있었다.
학내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등 간단한 대화만 나누고
집회장소에서 그의 강연을 들었다.
어제 본 대통령후보 토론에서도 그랬듯이
그는 군더더기 없이 가장 현실적이고 필요한 것들을 말했다.
학생들의 정의감을 독려하거나 독재정권의 부당함등을 나열하기보다는
경찰에 연행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등을
예의 그 투박한 말투로 설명해 주었다.
그는 그렇게 한결같이 오늘 까지 온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달아 오르고 있다.
지금의 선거를
혹자는 좌익과 우익 또는보수와 개혁의 대결로
혹자는 30-40십대와 50대 간의 세대간 대결로
혹은 구태의연한 영호남의 대결로 보기도 한다.
단언하건대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과거를 부여잡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누가 승리하든
이번 선거를 통해 싹튼
신사고로 무장한 창의적인 사회적 행동양태가
하나의 사회세력으로
하나의 사회분위기로 자리잡게 되고
문화화 될것이다.
봄이 온 것이다.
혹독한 인고의 겨울이 지나고
김구 선생이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문화대국의 봄날이 밝은 것이다.
수많은 희생과 고통, 한이 저 얼어 붙은 동토의 밑바닥에
쌓이고 쌓여 이제 밑거름이 되어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는 쉽게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봄기운을 받고 자라나는 새싹들은 도저히 막을 수 없듯이
그렇게 새 사회가 열릴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
자연도 사람도 헌옷을 벗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듯이
새시대에 맞는 사고가 어떤 걸까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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