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혼자서 나무를 깍았다.
지붕을 구성하는 석가래감을 전기대패로 다듬는 일인데
하루종일 해야 스물개 정도 깍을 수 있는 일이다.
더디고 지루한 일이다.
쌓여 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
게으른 사람이 밭고랑 세고 있다고
쌓여 있는 일거리만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생각이 게으르다'고 막상 일을 시작해서 묵묵히 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일도 바닥을 보이기 마련이다.
혼자서 대패질을 하다보니
며칠전 일이 생각났다.
전원이가 짜증을 부리고 해서 눈감고 숫자 세는 벌을 내렸다.
보통 1에서 100까지 소리내어 헤아리게 하는데
그 날은 화가 나서 1000까지 세게 했다.
듣고 있는 나도 지루했지만 당사자인 전원이 녀석은 더욱 힘들어했다.
500이 넘어가자 징징그리면서
헤아렸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숫자 세기도 오랜 시간이 지나자
........998,999,1000 하고 끝났다.
다음부턴 500까지만 헤아리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 나도
전원이가 1에서 1000까지 하나 하나 세어 나갔듯이
혼자서 석가래를 하나 하나씩 다듬어나가며
모든 일이 하나 하나가 모여 千이 되고 萬이 되는 이치를 가슴에 새겼다.
공짜로 막 먹으려 했다간 언젠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내게 1에서 1000까지 헤아리라고 벌줄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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