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라 그런지 부고장이 많이 날아 온다.
어느동네 누구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죽음을 접하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 동네 아저씨 고등학교 동창 ............
아니 그 이전 부터 수많은 죽음들을 듣고 배우고 했지만 소중하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죽음의 의미는 실감나게 다가온다.
올 봄 나는 죽음 근처에 가까이 갔다 왔다.
그래서 내겐 어쩌면 죽음은 공허한 추상명사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형용사가 되어있다.
저 까만 밤하늘 별처럼 만질 수는 없지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의미로 죽음은 내 가슴에 각인 되어버렸다.
태어 나고 죽는 두 시점 중간의 나이에 서서 삶과 죽음을 똑같은 무게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전 우리동네 할아버지 한분이 돌아가셨다.
지팡이 두개를 짚으시고 석문마을 경로당에 힘들고 느린 걸음으로 다녀오시며 차소리가 나면 뒤도 안돌아보시고 바리게이트 세우듯이 불쑥 지팡이를 들어 차를 세워 운전하는 사람을 놀래키시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는 묻히셨지만 살아계실 때와 똑같은 모습과 느낌으로 남아 계신다.
우리는 서로의 과거 모습을 간직하고 산다.
우리는 서로의 기억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 서로를 마주하고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느낌은 나누지 않는 이상 서로 서로 지난 과거의 모습을 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기적의 시공에서 벌거벗은 마음으로 항상 새롭게 서로를 대해야겠다.
과거의 기억으로 상대를 고정시켜 바라보지 말고 처음 만나는 사람 마냥 그렇게 만나야겠다.
그래야만 스스로 항상 새롭게 태어 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