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오기 하루전의 일이다.
오전 11시경 전원이와 다을이는 집에 있으라하고 우성이만 데리고 도심 차실로 갔다.
오래된 비로 도심 차실 나무 구조물에 곰팡이가 많이 피었다.
보기 좋은 만큼 손도 많이 간다며 기둥과 석가래에 핀 곰팡이를 닦아내고 기름을 먹였다.
한결 보기좋았다.
곰팡이 피기 전에 미리 기름을 먹여 놓을 걸 하는 후회를 하면서도 그나마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맘먹고 돌아왔다.
1시경 집에 돌아와서 시영이네 집에 점심 먹으러 가려고 하다보니 다을이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 잘 가는 집에 있겠거니 하고 몇 군데 전화를 해 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전원이에게 마지막 본 게 언제냐고 물으니 12시경 잠자리 잡는다고 밖에서 놀았다는 것이다.
불안한 집사람은 몇가구 안되는 온 동네를 다 뒤져 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쌍계초등학교까지 가보았지만 운동장엔 아무도 없었다.
혼자 낯선 곳에 가거나 붙임성이 좋은 아이가 아니라 갈 곳이 별로 없는 아이라 슬슬 걱정도 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동네로 돌아와 집집마다 들어가 물어 보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 엄마는 울상이 되었고 가만 생각해보니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 일단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실종 시각과 나이,성별, 입고 있던 옷등을 일러주고 다시 온 동네를 뒤지고 주위 사람도 차를 가지고 돌아다니며 찾기 시작했다.
온갖 불안한 생각이 엄습해 와서 입안이 타기 시작했고 집사람은 이성을 잃어갔다.
한참을, 동네 개울도 뒤져보고 동네 민박 들어온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는 중 쌍계초등학교 가는 길 저 쪽에서 다을이가 울면서 오고 있었다.
애엄마는 죽었던 사람이 돌아온 듯 다을이를 보듬었다.
여태 어디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엄마 아빠 찾아서 도심 마을 까지 걸어 갔다 왔다고 했다.
울고 온 이유는 개 한 마리가 자꾸 따라와서 울었다고 했다.
다을이를 찾아헤멘 시간은 불과 30분도 안되었지만 그 심정은 말 할 수 없었고 간혹 텔레비전에서 보는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늘 있는 하루 하루가 더욱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다음날 닥쳐온 태풍 루사가 남긴 상처를 보며 더욱더 그렇게 생각한다.
잠시 내리 붓는 저 소나기도 이젠 무섭다.
듬직해 보이든 저산도 무너질까 두렵고 디디고 있는 땅이 꺼질까 두렵다. ............
그냥 그저 그런 하루를 그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