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마을로 이사 온지 만 1년이 다 되어 간다.
도심사(道心寺)라는 절이 있었던 마을
그리고 그 절터가 이제는 녹차밭으로 바뀌어 있는 마을이다.
차밭으로 가득한 마을이다.
12가구 정도가 옹기 종기 모여
조용히 살고 있다.
조용해서 좋은 마을이다.
오늘은 마을 회관 마당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날이었다.
아침 밥을 먹고
집집마다에서 나와
레미콘 세 대가 부어 놓고 간 시멘트 반죽으로
오전이 다 가기전에 마당을 반듯하게 포장했다.
마침 동네까지 들어온 홍합장수한테서 9000원어치를 사서
큰 솥에 삶고 몇몇집에서는 올봄에 담둬둔 매실주를 들고 나왔다.
어제 김장했다는 집에서 맛난 김장김치를 포기채 들고 나왔다.
누구는 텃밭에서 갓 뜯어온 생배추와 막장을 들고 나왔다.
일이 일찌감치 끝났으니 모여서 먹고 노는 재미만 남은 것이다.
홍합 얹어놓은 솥이 허연 거품을 내품으니 홍합이 다 익었다.
큰 대접에 홍합을 국물 채 한 가득 담아 한그릇씩 나눠 먹으니
맛이 참 좋다.
이미 술 잔이 몇차례 오갔다.
유치원 안간 녀석들도 홍합 한그릇을 퍼주니
햇볕좋은 마당 한곁에서 그릇을 가운데 놓고 맛이 있는지 잘도 까먹는다.
사람 사는 곳이니
시시비비나 허물따위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도심마을은 마음이 평안해지는 마을이다.
가만 있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미소가 솟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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