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은 하루였다.
먼 산도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쪽빛물이 툭하고 터져 나올것 같은 날이었다.
아이들은 텔레비젼도 없는터라 컴퓨터 앞에 모여 놀더니
목욕탕에 가자고 졸라댔다.
올 여름 계곡 물놀이에 재미를 붙이더니
목욕탕에 있는 냉탕에서 수영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이다.
계곡엔 바닥에 돌도 많도 물깊이도 맘에 안든다고 했다.
피곤하니까 다음에 가자고 하고 대신 탕수육을 사주고
페러 글라이딩 활공장에 데리고 올라갔다.
산 꼭대기에 위치한 활공장에 서자
섬진강을 물론이거니와 날씨가 좋아 남해 바다까지 보였다.
참 멋진 경관이었다
오가는 길에 다람쥐 뱀도 눈에 띄엇다.
집에 돌아오자 아이들은 기어이 계곡으로 향했다.
탕수육과 멋진 경관 으로는
물놀이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잠시후 다을이는 물놀이하다 넘어졌는지 울면서 돌아왔고
뒤이어 전원이 우성이는 헤헤그리며 물에빠진 생쥐모양으로 돌아왔다.
결국 집사람은 우성이 다을이를 데리고 목욕탕으로 갔다.
전원이는 내가 일 때문에 같이 안간다고 하자 집에 남았다.
저녁을 먹으며 애들에게 오늘 하루 뭐가 재미있었는지 물었다.
전원이; 다 재미없었다.
다을이; 목욕탕 가서 수영한것만 조금 재미있었다.
우성이;산에 올라간것과 목욕탕 간 것이 재미 있었다.
매사가 흥미로운 시기가 지나면
아이들은 커가면서 특정한 욕구가 생긴다.
어른들의 눈에 별것 아닌 그 욕구는 번번히 무시되고 묵살당한다.
너무 쉽고 간단한 아이들의 욕구가
귀챦고 가치없다는 어른들의 판단으로 번번히 꺽일 때
아이들은 자신의 희망을 접는 습관이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우리는 산정상에 올라 대자연의 호연지기를 느끼길 내심 바랬지만
아이들이 바라는 건,
목욕탕 냉탕에서 수영하는 거였을 뿐이었다.
아이들이 욕구나 의지를 어른들의 눈으로 판단해주는것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아이들의 작지만 그 강렬한 욕구를 이해해주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 " 이해"일 것이다.
그 이해가 없이는 주어도 받지 못할 뿐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 작은 이해를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희망을 키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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