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라는 말은 이제 귀에 익은 말이 되었다.
농촌을 떠난 사람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온다는 게 본래 의미지만
누구든 농촌으로 들어오는 경우에 귀농이란 말을 쓰게 된것 같다.
귀농학교라는 것도 있고
귀농일기도 볼 수 있다.
귀농이라는 말 뒤 편에는 도시탈출이라는 의미가 앉아있다.
10년정도 시골에서 사는 동안
귀농과 관련한 많은 사람들과 일들을 보게 되었다.
귀농하는 이유와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도시생활에 적응이 안되어서
직장생활에 적응이 안되어서 시골로 들어 오는 경우가 있고
또는 도시에서 어느정도 이룰만큼 이루어서
좀 여유롭고 한가한 삶을 누리려고 시골로 들어 오는 경우가 있다.
또 시골에서의 삶이 좋아서 즉 농사를 짓고 싶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혹은 아픈 몸을 치료하기위해 시골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누구는 빈집을 빌려 들어오고
누구는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들어온다.
맨손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넉넉한 돈을 갖고 들어 오는 사람도 있다.
식당을 하며 장사를 하는 사람
사업을 벌이는 사람
건물을 지어 숙박업을 하는 사람
......
시골에 들어와 사는형태는 다양하지만
농촌에서 산다고 다 전원 생활은 아닌 것 같다.
시골에 사는 도시사람도 있고
도시에 사는 시골 사람도 있는 것이다.
돈과 조직과 어떠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산다면
그가 시골에 산다해도 그의 삶을 전원생활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도시인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이
깨끗한 공기와 물과 같은 자연 환경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 물 이상으로 사람을 지치고 답답하게 만드는 것 들이
자신의 삶을 압도하 지배할 때
사람들은 도시탈출을 상상하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난 10년전 도시 탈출을 하게 되었다.
귀농의 의미 보다는 탈출의 의미가 강했다.
처음엔 맑은 공기 물 말고는
현실이 불안하고 답답하기는 도시나 시골이나 마찬 가지였다.
시골에서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내가 견디기 힘들어 했던 것들의 실체를 조금 씩 볼 수 있었다.
자연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보일 때
답답한 현실문제의 본질도 드러났다.
시골 생활은 그런 정도의 의미 일 것이다.
자신을 좀더 자세히 볼수 있다는 것.
누구가 말했듯이
시골에 황토방집 짓고 살면 뭔가 이루어 질 줄 알았는데
달라진건 그것뿐이더라고.....
자연을 통해 투영된 자기자신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알고 나서부터 비로소
자신이 꿈꾸는 삶의 실체가 뭔지 알게 되고 나아가
그 삶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발걸음도 그 때서야 서투르게 시작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뭡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자주 나누게 되는 대화의 하나다.
자신을 아주 오래동안 억누르고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무시하며
살아온 사람의 증세....자신이 하고 싶은것이 뭔지 모르다는 것이다.
뭔가에 좋아 미쳐 있는 사람은
탈출을 꿈꾸지 않는다.
이미 그는 자기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난 뭔가에 미쳐보지 못했다.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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