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진노란 은행잎이 참으로 곱다.
가슴으로 진하게 와닿는다.
책갈피에 꽂아 두듯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싶은 모습이다.
몇날 몇일 구린내 맡아가며 주워 모아 껍질을 벗기고 말린 은행알을
이젠 저녁마다 구워먹고 있다.
여기 저기 나눠주고 남은 것이다.
하루에 열개 이상 먹지 마라는 말에 따라
그 날 먹을 50알만 저녁먹고 나서 뻰찌로 까서 후식으로 먹는다.
후라이팬에 충분이 익혀 소금에 버무려 먹으면 쫄깃한 감칠맛 일품이다..
아이들도 워낙 잘먹는다. 이쑤씨개 하나에 다섯개씩 꿰어 쏙쏙 빼먹는다.
이젠 까는 것은 미리 자기들이 알아서 깐다.
장인어른은 "은행을 먹어서 그런지 은행 먹고 나서는밤에 화장실 자주가는게 없어졌다"고 하셨다.
은행알을 먹어 몸에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 진노란 색깔에서부터 그 이전의 푸르름, 그리고 맑게 장수하는 은행나무의 기상이 은행알안에 모두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식구는 매일 은행나무 50그루를 맛나게 몸속에 심고 있는 것이다.
바라건대 은행나무를 조금이라도 닮아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