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은행을 주워 껍집을 까고 있을 때
동네 부역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얼마 전 완공된 마을 회관 마당을 고르는 일이다.
다른 공사현장에서 흙을 실어 오면 물빠짐이 원활하게
마당을 평탄작업하는 일이다.
부역이 있으면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온다.
남자가 없으면 대신 여자라도 나와 일을 거든다.
동네 부역은 마을에 사는 전체주민과 직결되어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마을 길을 보수한다든가
상수도를 청소하고 수리한다든가
폭설이 내린 눈길을 쓴다든가 하는 따위의 일들이다.
그런 일들을 해놓고 나면 우리들 삶의 여건이 직접 나아지는 것이 보인다.
우리가 우리 삶의 환경을 직접 꾸려나가는 것이다.
부역을 하면서
세상은 더불어 살 수 밖에 없음을 느낀다.
그리고 더불어 살기만 한다면
더불어 사는 것이 더 편하고 재미있다는 것도 느낀다.
그리고 모래알 처럼 혼자 자기 맘먹은 대로 맘편하게 해나가는 일도 있지만
서로 양보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해나가야 한는 일도 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맘을 모으고 힘을 모으면 더 큰 일을
더 쉽게 해 낼 수 있음도 쉽게 이해된다.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의 전제는 뭘까?
부역을 하다보면 처음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고 하는 저마다의 주장들이 있지만
목소리 큰 사람에게 양보하고 침묵하며 그 주장을 따라 일을 하다보면
자연 제일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가며 일을 마무리 하게 된다.
맘속으로 저사람의 말이 틀린 것 같지만 따라서 하다 보면 맞는 경우도 많았다.
여럿이 모여서 하는 일에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굽히지 않았다면 일은 진전이 없듯이
자기혼자 하는 일에서도
내 주장과 판단이 절대 옳다고 여기고 고정되어 있다면
자기 현실은 아무 변화와 발전도 없을 것이다.
뭔가 모자라지고 미흡하지만 한걸음 내디디고 해 나가는자세가
진정 해야할 바이다.
생각속에
의심의 여지 없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부분이 많으면 많을 수록
자기 현실의 변화발전의 여지는 좁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