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 같으면 가족 친척들 모여 오손도손 보낼테지만, 저희는 딸랑 둘 뿐이니..
그래서 달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도 달은 잘 보이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빛공해가 있거든요. 도시가 만들어 내는 뿌연 빛이요. 새까만 하늘이 아니고.
바닷가로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다니는 절의 스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거든요. 바닷가에 가서 별을 봤는데 하늘에서 별이 쏟아졌 답니다. 그래서 그 별이 쏟아진 바닷가로 달따러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한국은 날이 흐려 달을 못볼수도 있다길래 사진기도 가지고 갔습니다. 찍어서 보내줄라구요.
바닷가는 저희 집에서는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린데, 가는 중에도 둥근 달이 휘영청 하더군요. 우린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갔습니다.
아가야 나오너라. 달따러 가자.
장대들고, 망태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에 올라 무등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다 망태에 담자.
그런데, 바다가 가까워 지자 밤안개가 끼지 시작 했습니다.
점점 짙어 지더니, 해변 도로에 들어서자... 무지막지한 안개입니다.
처음 보는 짙은 안개였습니다.
달은 커녕, 허리, 팔에 힘주고 눈 부릅뜨고, 겨우 운전하고 갔습니다.
불과 몇미터 앞이 안보이더군요.
해변엔 내려 보지도 못하고 딴길로 돌아 왔습니다.
물론 달은 못 봤죠. 안개만 보고 왔죠.
해변을 벗어나 한참 오니까, 안개가 걷히고, 다시 달이 번쩍번쩍 하더군요.
분위기 잡으로 갔다가 결국 오는 길가에 잠시 차세우고 사진 찍었습니다.
디카가 줌이 없어서 그런지 달이 형편없이 나왔습니다.
그리곤 집에 와서 그냥 자버렸습니다.
우리의 추석이 이렇게 가버렸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인데, 가운데 쪼그만 것이 휘영청 빛나던 한가위 달입니다.
데이빗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