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해서 종자콩이나 나눠줘야겠다.
집집마다 신청해 놓은 종자콩이 농협에서 진작에 와있었는데
집집마다 나누어 주는 걸 미루고 있었다.
우리동네 사람들이 신청한 량이 20 kg,
한포에 5kg씩 들어 있는 포대가 4포대다.
집집마다 심는 량이 적다보니 5kg 한포대를 세집에서 같이 신청했다.
5kg 두 포대를 세집 세집으로 나누어 여섯집에 나주어 주고
한집에는 두 포대를 갖다주면 된다.
5kg 한 포대를 3으로 나누니 1.66k다.
녹차잎을 달던 저울로 마을회관 현관에서 콩을 달아서 나누어 담고 있자니
회관마당에서 놀던 우성이가 옆에서 묻는다.
\"아빠 뭐에요?\"
\"독약이야\"
콩을 심어면 까치, 비둘기가 다 파먹어 종자콩에는
독한 농약처리를 해 놓는다.
행여 입에라도 넣을까봐 한 말이다.
우성이가 옆에 있던 지은이보고
\"저거 독약이래\"라고 하자
\"아니야, 콩이야\" 나이 먹은 지은이가 바로 잡는다.
\"독약이랬어!\"
\"콩이야!\"
\"독약이야!\"
둘이서 우기고 있다.
\"그래, 둘다 맞다. 이거 독약콩이니까, 저리가서 놀아라. \"
계산하기 헷갈려서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5kg 한포대 값 13090원을 3으로 나누니 4363원이 나온다.
그러니까 1.66kg 콩을 여섯집에 나눠주고
반올림한 가격4370원씩을 걷어오는게
오늘의 일과다.
이을수 아주머니 댁.
\"콩 가져왔습니다. 콩값이 3470원입니다.\"
부시시 잠에서 깨어 나온 아주머니가
마루 찬장에서 검은색 지갑을 꺼낸다.
구겨진 천원짜리를 펴서 4장을 포개고 그 위에 100원짜리 3개를 놓고는
50원짜리 하나 10원짜리 2개를 찾아 얹는다.
4370원...
10원짜리까지 챙겨받고 보니
다음집엔4370원을 줄까 4400원을 줄까 궁금해진다.
최봉환씨댁.
\"4370원입니다.\"
역시 구겨진 천원짜리 4개를 펴고는
\"얼마라고?\"묻는다.
\"사천 삼백 70원입니다\"
백원짜리 동전 뭉치에서 삼백원을 꺼내 천원짜리 위에 얻고서는
\"70원?\" 하고 묻더니 옆방으로 들어가더니
손에 낡은 지갑하나를 들고 나온다.
\"10원짜리는 여기 다 모아 놨어\"
10원짜리가 가득한 지갑에서
10원짜리 7개를 꺼내 얹어 주신다.
과연 다음집에도 70원을 맞춰 줄것인가 궁금하다.
배선생님댁.
\"4370원이라...\"하시며
사모님이 돈을 꺼내신다.
4000원을 주시고는 500원짜리 동전을 주신다.
가슴에 작은 감동이 밀려온다.
\"4370원인데 왜이리 많이 주세요?\"
\"4370원?\"
500원짜리를 디시 거두어 들이시더니
4400원을 주신다.
\"30원은 반장이 하시요\"
다음은 최정환씨 댁이다.
아주머니가 텃밭에 고추를 심어시다
\"이까지 오셨는데 돈을 받아 가야지\" 하시며
방으로 들어가신다.
\"이거 한병드시요\"
냉장고에서 박카스 한병을 꺼내 주신다.
항상 음료수라도 내놓으신다.
그리고 4400원을 챙겨 주셨다.
나머지 한집은 돈이 없어 다음에 준다고 하고
또 한 집은 사람이 없어 \"콩값 4370원\"이라 적어 놓아두고 왔다.
차만드느라 바쁜 와중에 한가지 동네일을 끝냈다.
대학까지 나온 놈이 시골에서 콩이나 나눠주고 10원짜리나 세고있냐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다들 부모님들 같은신 분들이니 못다한 효도를 이분들에게 한다고
맘 먹는다.
학교에서 배운 산수를 유용하게 쓴 하루였다.
아직도 10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네 어른들에게서
돈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70원어치라도 배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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