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동 장에 갔습니다.
열무를 비롯한 반찻거리, 도토리 묵,아이들 모자, 여름에 입을 반바지등등...
차만드느라 시간이 없어 장에 갈 시간이 없었는데
오랜 만에 장에 와서 이것 저것 샀습니다.
과일트럭에 수박과 함께 팔고 있는 복숭아도 한 봉지 샀습니다.
상품성은 없어 보이는 작고 물렁한 복숭아였습니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내 입맛에 맞는 맛이었습니다.
여물고 큰 것 보다는 물컹하고 단물이 많은 복숭아가 제 입맛에는 더 맞습니다.
문득 오랜만에 물컹한 복숭아 껍질은 벗기노라니 문득 외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는 어린시절 여름 방학땐 꼭 외가집에 갔습니다.
외가집은 지금 생각하니 변변한 땅도 없는 가난한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외손주들을 반겨 맞아주는 외가집의 따뜻한 정은 정말 넉넉했습니다.
그래서 방학만 되면 외가집 갈 날을 먼저 꼽았습니다.
우리가 가면 외할머니는 노란 세숫대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가 오시면
세숫대야 한가득 복숭아를 풀어 놓았습니다.
껍질이 술술 벗겨지는 물컹하고 군데 군데 벌레가 파먹은 구멍이 있는
단물이 줄줄 흐르는 복숭아였습니니다.
먹다보면 벌레도 나오고 벌레 알고 나왔지만 거기에 전혀 아랑곳 않고 맛나게 잘먹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 외할머니가 그 복숭아를 어디서 가져오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손주들이 오면 세숫대야를 들고 동네 뒷산에 있는 복숭아 과수원으로 가셨습니다.
거기서 과수원 주인에게 부탁해서 벌레먹어 떨어진 복숭아를 주워서 오신 겁니다.
지금은 외할머니도 외할아버지도 다 돌아가시고
방학 때마다 찾던 외가집도 누군가에게 팔려 그러고 보니 외가집이 없어진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수원에 떨어진 복숭아와 함께 담아 주신 외할머니의 고된 삶이 묻은 사랑은
복숭아를 볼 때마다 살아 날것 같습니다.
외가집을 떠올리면 늘 드는 생각은
\"저렇게 착한 사람들이 왜 가난에 쪼들릴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맛있게 복숭아를 까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할머니의 사랑은 계속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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