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창문앞에 심어둔 천리향이
바람에 실려오는 매화향에 질세라 진한 향기를 뿜어냅니다.
오늘 비가 뿌리는 쌀쌀한 날이었지만
하동장엔 온갖 묘목이 나와 있었습니다.
밤,매실,장미,살구,자두,석류,백일홍,제피,모과,응개,헛개, 오가피,포도등
온갖 묘목이 나와 있었습니다.
어릴적, 돌아가신 할머니는 집앞 조그만 개울옆을 가리키며 늘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태어 났을 때 저기 저 자리에 버드나무를 심었었다.\"
하지만 가리키는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미 베여지고 난 그자리를 가리키시며
볼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왜 나무를 심어셨는지,
베여지고 없는 나무얘기를 왜 하셨는지 그 땐 영문을 몰랐지만
지금은 알 듯도 합니다.
나무는 심어 놓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자랍니다.
심어놓고 잊어버린다 해도 계속 자랍니다.
뜻을 내어 심는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 꿈과 염원도 그러함을 살아가면서 확인합니다.
처음 먹은 꿈은
제대로 간절히 심어진 것이라면
그 꿈을 잊었다 해도 계속 무럭무럭 자라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생각하며 나무을 심는 다는 것은
먼 미래에도 그 사랑을 기억하고 싶어서이고
나무처럼 그 사람의 모두가 무럭무럭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할머니도 그런 마음으로 내가 태어 났을 때
꽂아 놓기만 하면 쑥쑥 잘자라는 버드나무 한가지를 냇가에 꽂아 놓으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산 나무는
백일동안 꽃을 피운다는 백일홍
액귀를 쫓는다는 가시투성이의 응개나무
속성으로 잘자라고 꽃이 하얀 목련
단 과일을 따먹을 욕심으로 자두나무
음식에 향을 내는 제피나무
등입니다
그 때 할머니는 손주에 대한 사랑을 심었고
우리는 맘껏 우리만 생각하며 나무를 심습니다.
작년에 심어놓은 동백 백일홍 매실 수선화 붓꽃 철쭉 잔디 등을
올해 다시 보니 심는다는 것의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사랑도 심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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