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엔 무척 추웠습니다.
밤늦게 TV영화 보고 수도물 틀어놓고 자는 걸 깜박 해서
아침에 뜨거운 물로 수도배관을 녹여야 했습니다.
아침햇살이 드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기가 돕니다.
바람도 없어 겨울 속의 따뜻함이 더욱 은은합니다.
점심무렵, 어제밤 늦게 도착해 근처 온천 모텔에서 어제밤을 묵은 대학 친구 식구가 도착했습니다.
친구는 잘 다듬어진 지식과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입니다.
보잘 것 없는 점심을 같이 먹고 차한잔 사이에 놓고 마주 앉으면
서로 통하는게 있어 정겹습니다.
지난 이야기도 들쳐내 보기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이야기들도 침까지 튀겨가며 속내를 맘껏 드러내봅니다.
아니, 사실은 드러내놓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나마 서로에게 드러내보일 것이 그 정도 있다는
서로간의 마음공간이 겨울 속의 햇살 같이 따뜻합니다.
친구는 내년 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식지 않는 열정이 느껴집니다.
내 삶에 대한 나의 열정을 생각해봅니다.
정돈되지 않은 삶의 숲속을 걸어온 나는 산의 어디쯤에 서 있는걸까.
내가 짓고 있는 생의 집은 얼마의 공정이 진행된 걸까.
내가 서있는 지금 시간은 끝나지 않은 휴식 시간일까.
식어진 열정을 다시 데우고 있는 시간일까.
수없이 꿈속에 등장하는 끝나지 않은 수업시간 중일까.
언제나 그렇듯이
결정된 것보다는
내가 결정해나가야 할 것들이 훨씬 많는 오늘 하루가
매일 매일 나와 맞닥뜨릴 뿐입니다.
겨울햇살 따스한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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