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기운도 입맛도 없으면
요즈음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무력해지며,
입맛이 떨어지고 몸에서 미열이 계속 나기도 하며,
무슨 일을 하고픈 의욕도 없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동의보감 여름병에 보면 늦봄에서 초여름에 주하병(注夏病)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증상으로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에 꽃 같은 것이 보이며, 넓적다리가 시리고,
또 다리가 약해지며, 가슴과 손 발바닥에서 번열이 나고, 입이 쓰며 혀가 마르고, 정신이 피곤하며,
잠자길 좋아하며, 음식을 적게 먹고 맥은 삭하면서 힘이 없다고 합니다.
늦봄에서 초여름은 급격한 기온 상승과 잦은 비로 공기 중 습열(濕熱)이 치성(熾盛)하는 시기입니다.
기온이 오르면 평소 몸에 정혈(精血:정은 골속 진액, 뇌수를 의미하며 혈은 온 몸을 적셔주며 빛나게
하는 것)이 부족한 사람은 정혈이 더욱 졸아들게 되어, 심화(心火)가 떠오르고 신수가 고갈되어서
주하병을 앓게 됩니다.
정혈이 부족한 사람이란 얼굴이 검은 편이고, 살집이 없어 말라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마치, 전자렌지에 밥과 국을 같이 넣고 돌리면 밥은 수분이 적어 빨리 뜨거워지고
국은 천천히 데워지듯이. 이런 분들은 우리 몸에 음액(陰液)을 길러주고 채워주는 음식을
먹길 바랍니다. 예를 들면 삼계탕, 멍멍탕, 곰국, 오미자차. 수박, 참외 등이 좋습니다.
본디 얼굴이 희고 마른 체형이며 자주 식체(食滯)로 고생하는 형은
비위(脾胃) 기능이 나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여름철에는 양기가 위로 떠오르게 되어 피부를 통해 흩어집니다.
그러면 배속의 기는 상대적으로 비게 되어 허해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팔다리는 죽죽 뻗고 살결이 부드럽고 흰 사람들은 여름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번열이 나며,
구역과 딸꾹질이 나기도 하며,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아프고, 혹 설사나 토사를 겸하기도 하지요.
이런 분들은 수삼이나 황기, 칡, 백출, 산딸기가 좋으며 식사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식사를 한 뒤에는 10분 정도씩 평지를 걸어서 비위의 기능을 도와주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게 하는 차로 생맥산(生脈散)을 권합니다.
맥문동 8그램, 인삼, 오미자, 황기, 감초 4그램, 황백 1그램을 달여서 드시면 좋습니다.
시원하게 음료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동의보감에서 여름철 조섭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권하고 있는
위생가(衛生歌)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사철 중에 여름철이 조섭(調攝)하기 힘들 도다.
잠복한 음기 속에 있어 설사하기 아주 쉽네.
신장 기운 보할 약은 없어서는 아니 되고,
싸늘하게 식은 음식 입에 대지 말 것일세.
심장 기운 왕성하고 신장 기운 쇠약하니 무엇을 금할 것인가.
진액(津液) 정기(精氣) 아끼는 게 첫째가는 조섭일세.
문을 닫고 누워 자며 정신 너무 쓰지 말라.
얼음물과 찬 과실도 지나치면 해롭다네.
가을철에 들어서서 학질. 이질 앓기 쉽네.
이어서 동의보감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대개 몹시 더울 때는 열이 나도 찬물로 손과 얼굴을 씻지 말아야 한다.
눈에 매우 나쁘다.
만일 지나치게 술을 마시거나, 성생활을 하면 신(腎)이 상하여 죽을 수도 있다.
더운 곳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건강은 역시 스스로 주의하고 삼가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한의사 김종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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