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사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님 점안 봉불식을 다녀와서
- Mountain Sprint Center, Tehachapi, California
얼마 전 태고사라는 절의 대웅전 낙성식엘 다녀 왔습니다. 미국에서 널리 포교활동 중이신 숭산 큰 스님의 제자이신 무량스님께서 평생의 소원이신 한국의 전통 사찰을 지어 미국에 널리 알리고자, 몇 년 전부터 스님께서 손수 컨테이너에서 기거하시면서 요사채를 지으셨고, 마침내 대웅전까지 완성이 되어 부처님 상을 모시는 행사 였습니다. 미국에서, 미국스님께서 한국 절을 지으셨다니 구경거리가 될 만도 하고 해서 다녀 왔습니다.
저도 TV랑 책을 통해 무량스님과 태고사를 접했기에 혹시 이 글을 통해 다른 분들도 접하실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조금 적어 봤습니다.
아무리 계절의 변화가 없는 이곳이라 할 지라도 3월의 봄기운이 느껴지기에 충분한 날이었다. 약간의 바람이 불었으나 그 또한 봄기운이 완연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차로 약 5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기에 여행을 겸해서 전날 우린 태고사 근처에서 하룻밤을 잤다. LA에서 많은 분들이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1시간쯤 일찍 태고사에 도착했으나 이미 차들이 줄을 지어 임시로 만든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Tehachapi. 미국 인디언들의 언어로 만들어진 것 같은, 그래서 다소 생경스러운 이름의 도시는, 마치 인디언의 기상을 말해주기나 하듯 황무지에 가까운 Mojave 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산에 나무라곤 그런 기후에서나 견디어 낼 법한 작고 말라비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런 곳에 과연 한국 전통 사찰이 어떤 형태로 존재할 것인지, 즈으기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의심스러운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한국의 시골길을 방불케 하는 먼지 나는 비 포장길을 따라 10여분을 달리니,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태고사의 대웅전과 요사채를 만날 수 있었다. 책에서나 읽었던 스님의 땀과 노력에 감탄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아무런 모양새가 없을 것 같던 산들은 태고사를 아주 아늑하게 품고 있었고, 작고 말라비틀어져 있기만 할 것 같던 나무들은 그곳에서는 제법 큰 모양새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 명산의 절, 어느 것 못 지 않았다. 과연 4년간을 기도하신 후에 찾으셨다는 명당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 그 곳에는 온통 돌 투성이 땅이었다고 한다. 새벽과 밤에는 기도를 하시고, 낮에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으시고 돌을 골라내고 포크레인으로 땅을 다지고 하는 일을 수년간에 걸쳐서 손수 해 내셨다니, 그래서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절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 그 누구나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곳에 앞으로 수련장을 만들고, 복지 시설 까지 만드신다니, 과연 스님께서는 이 사막 산 중으로 사람을 불러 모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수행하기를 바라고 계신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곳은 척박한 땅. 물도 풍부하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을, 스님은 손수 아껴씀을 기본으로 하고, 태양열과 풍력 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계신 듯 하였다. 앞으로 사람이 더 많아 지면 어찌할 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청빈하고 단순한 생활이 어찌 스님들만이 실천해야 할 일이랴, 내 삶을 가다듬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1부, 점안의식은 오전 7시부터 대웅전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2부 법요의식에 대부분의 불자들이 절 마당에 모여 참석하였다. 천명이 훌쩍 뛰어 넘는 사람들이 마당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서, 혹은 주변에 서서, 법고와 쇄수계를 듣고, 삼귀의례와 반야심경을 읊었다.
태고사 주지스님이신 무량스님께서 단상에 올라와 태고사가 깨닫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수행터가 되길 바란다는 초대의 말씀을 하셨을 때, 난 엉뚱하게도 무량스님은 늘 웃으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한번 뵈었을 적에도, 오늘 행사장을 다니실 때도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하심을 깨달았다. 단지 얼굴에 미소 짓기만을 연습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 또한 쉽지 만은 않은 일임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한 불교조계종 총무원 포교원장이신 도영 큰스님께서 암투병 중 이심에도 불구하고 오셔서 좋은 법어를 들려 주셨다. 성철스님께서 원택스님께 첨으로 하신 말씀처럼, 불보살을, 대중을,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속이지 마라는 말씀을 하셨고, 절은 자신의 복을 비는 곳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닦는 세심터가 되어야 하기에, 마음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함을, 부처는 깨달은 사람이고 중생은 깨닫지 못한 부처라 하셨다.
2부가 끝난 후 나눠 준 도시락을 먹고 3부 축하 공연에서는 승무, 북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으나, 갈 길이 먼 우리는 아쉬운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큰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업장이 소멸된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내가 지금껏 지어 왔던 죄들이 소멸된단 말인가… 난 횡재를 한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깨달을 수 있었던 건, 발길을 돌리는 순간부터 마음으로, 말로, 또다시 끊임없는 업을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쌍한 중생이 아닐 수 없다.
나 자신을 불자라고 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부처님의 말씀이 되었건, 예수님이 말씀이 되었건, 청렴한 스님의 행동이건, 훌륭한 목사님의 행동이건, 모두 마음에 새겨 실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 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사진1) 태고사 대웅전
사진2) 초대의 말씀을 하고 계신 무량스님 - 요사채 앞에서
사진3) 대웅전 뒷산에서 - 오른쪽이 요사채 지붕, 앞쪽이 대웅전 지붕, 왼쪽에 잘려 나간 것이 태양광 발전기의 뒷면입니다. : 멋진 사진인데 두장 밖에 못 올리네요... 유로제다님, 어찌하오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