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 건강하게 아름다운 가을을 나고 있겠지요?
이곳은 늦가을을 지나고 곧 내릴 첫눈을 기다린다오.
바쁜 시간 내어 지난번 마음 써 줌에 늦게나마 고마움을
글로 대신해요. 오래전에 글 다시 보니 쑥스럽기도 하고...
제천은 이렇게 살고 있다오.
하회마을에서 딸기따고 매화심고 2005-04-06 (한목분재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화창한 아침이지만 휴일이라서 상쾌한 기분이 더한가 보다.
두달여 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으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새벽부터 부산스럽기 그지없다.
집사람은 김밥과 먹을 것을 챙기느라 손이 바쁘고 큰 애는 머리 단장하느라 거울 앞에서
떠날 줄 모르고 작은 놈은 언제 출발하느냐고 묻고 또 묻고
먼 길이 아니니까 천천히 가도 괜찮아 해도 막무가내로 보챈다.
나무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좋아하는 탓에 가족들의 불만은 나날이 높아만 간다.
평일도 밤늦게 퇴근하고 주말도 감점이니 아버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월1회 이상 가족여행을 가야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는 3:1의 열세로 반론 한번
제기치 못하고 세해 전 겨울에 집사람이 디밀은 협정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다.
올해도 아니나 다를까 연초부터 고행길이다.
1월은 태백산 눈구덩이에서 2월은 용두산에서 3월은 주말마다 이어진 여러 모임 때문에
4월에 곱빼기로 하기로 정하여 오늘은 하회마을에서 24일은 천안 상록마라톤에
가족전체가 참가하기로 하였다.
분재만들기, 딸기따기 체험행사에 전국 각지에서 32가족이 참가를 한 4월의 테마여행은
하회 정보화마을이 주최하고 은혜농원(하회마을 오솔길) 김영준 원장님께서
노익장을 보여 주시며 온종일 행사진행을 맡아 주셨다.
오전 11시 덕성농원 딸기밭에서 시작된 행사는 진초록의 잎을 들추고 보물을 찾느라
다들 말은 없고 눈망울만 두리번 거린다.
드디어 빨갛게 잘익은 딸기를 찾아 든 아이들 코를 킁킁거려 보더니 진한 딸기향내에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맘껏 따먹어도 좋다는 맘씨 넉넉한 주인장의 허락이 있은 터지만 산지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배부른지 많이 먹지는 못하고 긴 이랑을 둘러보며 사진찍기에 바쁘다.
2Kg 한 상자 선물로 받아드는 집사람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30년전쯤 고향집에서도 부모님이 노지딸기농사를 지으셨는데 점심무렵 고무다라이에
딸기를 따서 학교에 이고 오신 어머님과 딸기를 받아든 담임선생님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겹치는 모습이 생각났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 하회탈 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하회분재원에서
원장님의 분갈이에 대한 설명과 시범을 보고나서 각자가 예약 때 화면상으로
미리 선정한 소재들 매화나무, 곰솔, 모과나무를 가지고 직접 분갈이 실습을 하였다.
아이들도 나무 꼬챙이를 들고 묵은 흙도 털고 실타래 처럼 길게 자란 뿌리도
가위질을 해보며, 마사토도 채우고 제법 다루는 솜씨를 흉내내 본다.
드디어 매화나무 분을 높이 들고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가족사진 한 컷.
이때부터 질문이 쏟아진다.
큰 애는 "아버지 매화나무 며칠 지나고 꽃이 피나요? 올해 열매가 달릴까요?"
"내년 봄을 기다려야지."
"아이 시시해."
"분재는 기다림의 예술이야."
"그래도 올해 꽃을 피게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작은 놈은 한술 더 뜨서
"아버지 기분 좋으시지요?"
"그럼 나무를 분에 올리면 기분 정말 좋지."
"그것 말고도 매화나무가 공짜라서 그렇지요."
지난 1월에 한목분재회 정회원 가입선물로 받은 눈향나무를 자랑했었는데
용케도 잊어버리지도 않았나 보다.
분재체험을 마치고 자유관광으로 태극문양의 명당마을에 들어섰다.
충효당에서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늙으신 어머니 봉양을 위해 벼슬도 사양하며
생활 또한 청빈하게 사셨던 성현의 교훈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고
전시관 앞뜰을 지키고 있는 반송에 담긴 종부의 뜻 깊은 내력을 되새기면서
고택을 나온다.
마을을 휘도는 강둑길을 걷다가 보드랍고 눈부신 흰 모래톱으로 내려 선다.
역시 개구쟁이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맨발로 신명나게 뒹굴고
큰 애는 모래톱 틈바구니에 난, 나실나실한 냉이를 발견하곤 엄마를 연거푸 불러댄다.
사공없는 나룻배에 걸터앉아 잔잔한 강물을 굽어보며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으로
오후 따가운 봄볕에 절은 땀 냄새를 식히며 내년 봄에도 이곳(모래톱?)에 올 수
있었음 하는 작은 놈의 바램을 안고 귀가 길에 오른다.
식목일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게 분재체험과 딸기따기 테마여행을 마련해 주신
김영준 원장님과 행사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안동하회 정보화마을 홈피에 실린 앨범 중에서 빌려 온 사진입니다.
후덥지근한 하우스 안에서도 행여나 뿌리가 상할까
조심조심해가며 가위질, 분토도 꼭꼭 채워가며
가족과 함께 정성들여 심는 모습입니다.
(맨아래 좌측 파란옷 입은 사람이 우리집 감독이고요.
그 앞에 큰애와 작은 놈이 마사로 두꺼비집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옆에 검정색 옷 입은 코치는 옆집 곰솔네 사진 담아주느라 또 바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