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다녀갔던 대구의 정숙자입니다.
처음부터 하늘과 바람의 유혹에서 시작된 여행이었기에 내심 큰 기대없이 떠났지요.
불쑥 찾아간 불청객에게 맛난 차도 주시고
너무 멋진 집을 잠자리로 내 주시고
차향에 취하고 사람에 취해
잠들기 전 시가 절로 나오더군요. 초등학교 이후 두번째 시를 그곳 유로제다 2층에서 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을 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차 통 안에 든 '차 이야기' 속에 있는 차밭 풍경이 이미지거니 생각했는데, 사진이더군요.
쌀쌀한 아침 공기와 온통 푸른 산과 차밭.
아이들과 차밭이 이어진 정겨운 길을 따라 최고령 차나무가 있는 곳까지 아침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여뀌꽃을 따다가 화관도 만들고, 차밭 앞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너무 좋다~ 너무 좋다~"를 연발하면서
"내 블로그에는 올리지 말아야지, 괜히 손탄다"했더랬습니다.
정말 좋은 곳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내 마음에만 갖고있고싶은 이기심으로 말입니다.
최참판댁과 고소성 입구까지는 몇번 가 봤지만 위에까지 올라가 보지는 못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걸어간 그 길도 너무 좋았어요.
길이 가팔라 몸이 무거운 저는 좀 힘들게 올라갔지만
떨어진 밤도 줍고 때죽나무 열매도 보고 바위에 드러누워 상수리나무 가지 사이로 난 하늘도 쳐다보며 쉬면서 놀면서 올라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송림 앞 섬진강 모래밭을 맨발로 걷다가 강물에도 들어가고 모래놀이도 하느라 나올 줄 모르는 아이들을 겨우 설득해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하동'하면 떠오르던 섬진강과 지리산이 그저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한 발 살짝 그 속으로 다가간 느낌을 이번 여행에서 얻었습니다.
아들녀석이, 아빠랑 다시 또 가보고 싶다는 말을 꼭 적어라고 옆에서 주문을 하네요.
마음 넉넉한 두 분과 세 아이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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