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량식이 있었다.
상량은 집 구조물 중에서 지붕의 중심을 잡고 제일 높게 걸쳐지는 긴 부속물인 마룻대를 올리는것을 말한다.
옛날에 목조건물을 지을때 기초위에 기둥을 세우고 도리,보를 걸치고 그 위에 대공을 세우고 상량을 하고 나면 굵은 뼈대가 다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때 의식을 거행한다.
마룻대에 몇년 몇월 며칠에 상량했노라고 먹으로 적고는 고사지내는 마냥 음식을 장만하고 그 집이 잘 지어지고 그 집에 사는 사람의 건녕를 비는 의식이다.
건물주가 향을 피우고 술을 따르고 염원을 담은 절을 올린다.
절을 올리고 나서 돼지머리 입에 돈을 꽂는다.
주위의 지인들도 와서 술을 따르고 돈을 조금씩 놓는다.
이윽고 마룻대를 줄에 메달아 목수들이 조금씩 올리면서 힘이 들다고 엄살을 부리면 건물주는 웃는 얼굴로 돈을 조금씩 더올린다.
상량식 하면서 나온 돈은 대목이 접수해서 일하는 일꾼들과 맛있는 것을 사먹든지 한다.
같이 자리한 사람들은 준비한 술과 음식을 나누면서 잘되기를 빌어준다.
요즘엔 목조건물이 드물지만 그래도 상량식은 이루어진다.
슬라브콘크리트 집을 짓더라도 지붕 상판 콘크리트를 붓는 날이 상량식을 하는 날이다.
녹차 작업장을 지을 때 상량식을 생략해서 서운했었는데 이번에 같이 겸해서 상량식을 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촐한 상에다 향과 차를 올리고 둘이서 집과 산을 향해 절을 올렸다.
살아오면서 처음 마련한 터전인만큼 잘 되기를 빌고 열심히 하겠노라는 다짐도 했다.
저녁에 일이 끝날 무렵 이런 저런 사람이 많이 앉아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같은 동네 배선생님깨서 덕담을 많이 해 주셨다.
이 도심 마을은 동네역사도 오래되었거니와 道心이라는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길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는 기운이 왕성항 동네이며 거지가 움막만 짓고 있어도 부자가 되어나간다는 동네이니 잘 될거니까 걱정 말고 열심히 살아라고 말씀해주셨다.
옆집 아주머니는 준비한 술이 떨어지자 담궈논 매실주를 댓병으로 두병이나 가져오셨다.
좀더 걸게 준비를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사람 사는 집에는 사람이 많이 끌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집도 정말 대목의 말처럼 사람이 많이 찾는 집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