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은 서예하는 날이다.
석문마을 소방대 사무실을 빌려서 진주에 사시는 선생님을 모시고 여러사람들이 같이
배우고 있다.
글쓰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글쓰는 차분한 분위기와 어울려 잔잔한 재미가 있다.
글쓰는 중간에 전화연락을 받은 회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또 동네 초상이 났네.."
며칠전에도 초상이 나서 어제 겨우 일을 마무리 했는데 또 초상이 났으니 그야말로
줄초상이다.
방생을 하러 갔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쳐
의식 불명의상태로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데
집으로 모시고 오며 동네 계주에게 전화를 한 거로 봐서는 가망이 없는 모양이다.
글을 쓰던 한 사람이 말한다.
"방생이라면 좋은 일로 복을 구하는 건데 저런 사고를 당하니 참 그렇다.."
옆에서 듣던 나이가 지긋한 회원이 되받아 말씀하신다.
"복짓는 일하다 죽는 것도 복이지.
자신도 고생 안하고 남도 고생 안시키고...저렇게 훌쩍가는 것도 호상아닌가?"
거기다 한마디 덧붙인다.
"난 말이야. 관광버스 타고 가다가 사고나서 죽는게 제일 좋아 보여.
흥겹게 놀면서 죽는 줄도 모르게 죽쟎아? 그거보다 좋은게 어딨어?"
말이 안되는 말 같지만 제일 나이 많은 어른이 정색하며 하는 말이고 보니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는다.
노인네들은 죽는 걸 예사로 생각하고 말한다.
사는 건 사실 간단히 말하면
탄생이란 문을 열고 들어와 세상 살아가다
죽음이란 문을 열고 나가는 일이다.
죽음이란 문에 멀리 있는 사람일 수록 그 문은 더 두렵고
죽음이란 문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냥 편안하고 고생스럽지 않게 그문을 열고 나가길 원할 뿐이다..
사실 세상을 살만큼 산사람에겐 유일한 출구이도 한것이다.
몇 년 전 나도 죽음의 문 앞까지 갔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죽음의 앞에서 두려움에 치를 떨었지만
막상 그 문 너머는 저 세상은 온통 흰 빛의 하얀세상이었다.
죽음이 두려운건 이 세상의 일일 뿐이지
죽음의 문 너머 저세상의 실상과는 무관한 두려움이다.
초상집에 가면 죽음의 문을 열고 나간 망자의 뒷자리를 정리하는 살아있는"우리"들이 있다.
그 우리들은 다 같이 느낀다.
그래, 우리는 태어남이란 문과 죽음의 문이라는 두개의 문이 있는
세상이라는 방안에 살고 있었구나......
티격 태격 싸우고 애태우면 살 거 없다고 속으로 한번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은 조금 비고 가벼워진다.
초상집에 다녀오면
관대하고 싶고,
용서하고 싶고 참회하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