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곶감을 깍았다.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이 맛이 좋다하여 시간이 낙낙한 11월인지라
10접을 깍아 말렸다.
그냥 깍아 매달아 놓으면 되는 정말 쉽고 단순한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에 쉬운일이 없다는 진실은 곶감도 예외일순 없다.
유황연기를 쪼이고, 응달에서 말리고 등등 이런 저런 노하우가 많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모르겠고 그냥 깍아 늘어 놓을 수 밖에 없다.
얼었다 녹았다 제법 곶감이 모양이 되어 간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가치와 직박꾸리 몇놈들이 곶감을 파먹기 시작했다.
무슨 잘난 짓을 한다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 곶감을 쪼아 대길래
훠이 훠이 하면서 쫓아 보냈다.
아는 사람에게 곶감을 새가 쪼아 먹는다고 했더니
자기 집도 그렇다며 한번 쪼아 먹은 건 아예 다 먹으라고 따로 내어 놓었다고 했다.
먹이를 찾아헤메는 새들의 겨우살이까지 헤아리는 그 분의 아량에
속으로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훠이 훠이 ...
요즘의 곶감은 반건시로 많이 유통된다.
바짝 말리기 보다는 반쯤 말려 겉은 말라 있고 속은 홍시 같은
먹기 좋은 곶감이 대세다.
오늘 집사람은 곶감을 모두 걷었다.
지금이 딱 먹기 좋은 반건시로 저온 창고에 넣어 보관한다.
이미 반정도는 먹어 치우고 헤아려 보니 500여개만 남았다.
어릴적 남의 집 처마 밑에 매달린 곶감을 학교 가는 길에 하나씩 하나씩 따먹은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맛있게 먹었던 그때 곶감이 완전히 다 마르지 않은 반건시였다.
그 때 내가 훔쳐먹은 곶감에 비하면 세발에 피도 안되건만
새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군것 같다.
훠이 훠이 에유...
